또 무관? 메시 ‘국대 울렁증’

입력 2021-06-16 04:05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축구팀 주장 리오넬 메시가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주앙 아벨란제 경기장에서 열린 2021 코파 아메리카 A조 조별리그 1차전 칠레와 경기에서 1대 1로 비긴 뒤 고개를 떨구고 있다. AFP연합뉴스

환상적인 궤적의 프리킥 골, 득점 기회 창출 4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 나선 리오넬 메시(34·바르셀로나)는 축구의 신(神)으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조국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이끌기엔 모자랐다.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한 메시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고개를 떨궜다. 메시의 국가대표 ‘무관 탈출’의 길은 여전히 험난해 보였다.

메시는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주앙 아벨란제 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 2021 코파 아메리카 A조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했다.

전반 33분 나온 프리킥 골은 하이라이트였다. 페널티 아크 부분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은 메시는 칠레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왼발 슈팅을 날렸다. 강하고 빠르진 않았지만 정교했다. 이날 수차례 선방을 보여준 클라우디오 브라보(레알 베티스) 골키퍼가 팔을 쭉 뻗어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깊게 휘어져 정확히 코너로 빨려 들어갔다.

이 골은 메시가 1672일 만에 기록한 A매치 프리킥 득점이었다. A매치 145번째 경기에서 터뜨린 73번째 득점이기도 했다. 축구 황제 펠레가 가진 남미 A매치 최다골 기록에 4골 차로 따라붙은 것. 많은 경기에 출전해 아르헨티나에 기여했음에도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메시가 이번 대회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골이었다.

메시의 활약에도 아르헨티나는 후반 12분 동점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2015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제압하고 칠레에 우승컵을 안겨 결승전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오른 아르투로 비달(인테르)이 페널티 킥을 얻어낸 뒤 실축했지만, 돌진하던 에두아르도 바르가스(아틀레치쿠 미네이루)가 머리로 밀어 넣었다.

메시는 번뜩이는 키패스로 득점 기회를 4번이나 창출했지만 아르헨티나의 공격진은 패스를 골로 마무리 짓지 못했다. 드리블 돌파로 직접 골문을 노리기도 한 메시도 추가골을 넣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경기는 1대 1로 끝났다. 2015~2016년 이 대회 결승에서 연이어 우승 트로피를 헌납한 칠레에 설욕하지 못한 것.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778경기 672골 305도움을 기록하며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최고 선수에게 수여되는 발롱도르도 6회나 받았다. 국가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졌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와 함께한 10번의 국제대회 중 월드컵에서 1번, 코파 아메리카에서 3번 결승에 올랐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역대 최고 축구선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6과 2018-2019 UEFA 네이션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아르헨티나의 화려한 스쿼드를 고려할 때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과다.

코파 아메리카는 2024년에야 다시 열린다. 그때 메시의 나이는 37세. 사실상 메시에겐 이번이 마지막 우승 기회다. ‘축구의 신’이 조국에 트로피를 안길 수 있을까. 오는 19일 열릴 ‘라이벌’ 우루과이와 2차전에선 반전이 필요하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