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충청북도 음성군 정크아트갤러리에서 오대호(65) 작가는 폐철을 망치와 산소용접기로 다뤄 만든 작품 ‘황소’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의 작업실인 이곳에는 여느 미술가의 아틀리에와 달리 절단기, 용접기, 프레스 등 중후한 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무거운 철재를 옮기는 지게차도 보였다. 마치 공장에 들어선 듯했다.
쓰레기(정크)와 예술(아트)을 합친 ‘정크아트’는 일상의 다양한 폐품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조형미술 장르다. 오 작가는 국내 1호 정크아티스트로 꼽힌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아버지 일터인 조선소에서 용접기술과 망치질을 배웠다. 플라스틱 계란판 공장을 운영하다 서울 포스코센터 앞의 조형물 ‘아마벨’을 만들기도 했던 미국 현대미술가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을 보고 2000년대 초 예술가로 변신했다.
충북 충주 양성면 폐교에 조성된 오대호아트팩토리는 그가 20년 가까이 만들어온 작품을 감상하는 갤러리이면서, 작품을 만져보고 올라타고 작동시키며 체험하는 놀이공간이기도 하다. 초입에 설치된 정크아트 로봇은 폐차장에서 구한 자동차 휠, 부서진 경운기 엔진에서 꺼낸 실린더 등 폐자재를 모아 제작됐다. 수천만원대에 거래되는 작품이지만 그는 이곳을 찾는 아이들에게 거리낌 없이 갖고 놀게 해준다.
기상천외한 자전거들은 아이들을 위한 특별선물이다. 뒷바퀴 축을 옮겨 바퀴가 돌 때마다 말 타는 것처럼 덜컹거리며 굴러가는 자전거가 있는가 하면, 나란히 앉아 페달을 밟으면 게처럼 옆으로 가는 자전거도 있다. 몇몇 작품은 어른이 더 좋아한다. 페달 대신 아빠와 엄마의 사랑으로 달리는 자전거는 온 가족이 꼭 한번 타보는 게 좋다. 오 작가는 “쓰레기 같은 폐품이 제 손을 거쳐 다시 살아나는 게 신기하고, 그런 작품을 아이들이 갖고 노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충주·음성=사진·글 최종학 선임기자 choijh@kmib.co.kr
[앵글 속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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