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의 ‘전언 정치’,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입력 2021-06-16 04:01
사실상 대선판에 뛰어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인 스스로는 거의 입장을 내지 않은 채 ‘견학 정치’ ‘전언 정치’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15일 김대중도서관을 나흘 전 둘러본 사진을 ‘윤석열 측 제공’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6·15선언 21주년을 맞아 DJ정신을 계승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앞서 그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와 서울 연희동 골목상권 등을 방문한 뒤 역시 측근 제공 사진·영상으로 사후에 언론에 알렸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강원도 강릉에서 만난 일도 그렇게 했다. 그나마 지난 9일 서울 남산 이회영기념관 개관식 때 모습을 드러냈지만 취재진 질문에 몇 마디만 하고는 이내 입을 닫았다. 그는 최근에는 대변인 2명을 두고 이들의 전언으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정치권 외곽에서 잠행에 가까운 방식으로 정치를 하는 건 나름대로 전략이 있어서일 것이다. 검찰총장을 지내다 금방 정치에 나선다는 비판을 무마하려는 차원이거나, 공식적인 정치 데뷔를 하기 전에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해서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무대 밖 정치를 무조건 나쁘다고 탓할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말과 보여주고 싶은 장면만 일방적으로 편집해 ‘던지는’ 식으로 메시지를 내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는 아니라고 본다. 그것도 사후에 ‘어디어디를 다녀왔다’ ‘누구누구를 만났다’는 식으로 흘려 언론이 뒤늦게 취재해 본인에 대해 좋은 얘기 위주로 뉴스가 나오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본인이 식당·메뉴·식사시간까지 다 정해놓고 유권자한테는 ‘주는 대로 먹으라’고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윤 전 총장은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 주자다. 그만큼 국민의 관심이 높고, 궁금해하는 것들도 많다. 특히 국민은 그런 얘기들을 윤 전 총장 육성으로, 기왕이면 현장에서 생생하게 듣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최소한 기념일에 맞춰 내놓는 메시지라도 현장에서 본인이 직접 말하는 게 좋다. 장모와 관련된 ‘10원짜리’ 발언 소동도 마찬가지다. 윤 전 총장을 만난 국회의원 전언으로 알려졌다가 그 의원이 며칠 뒤 와전됐다고 주워담을 때까지 본인은 한마디도 안 했다. 앞으로 본인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 제때에 직접 해명하기 바란다. 또 ‘이준석 현상’처럼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얘기하는 핵심 현안이 있으면 측근 전언으로 몇 마디 걸칠 게 아니라 윤 전 총장 본인이 직접 등판해 입장을 낼 필요가 있다. 그런 식으로 직접 소통이 많아져야 국민도 마음을 더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