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에 대해 “비용 절감 수준의 자구안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금융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30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CB)는 주식으로 바꿔 ‘이익 실현’을 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14일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경영능력을 갖춘 투자자 유치와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이 있어야 (쌍용차에 대한) 금융지원 검토가 가능하다”며 “사업계획 없이 제시된 자구계획만으로는 쌍용차 경영정상화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쌍용차 노사는 무급 휴업 2년,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 중단 2년 연장, 임원 임금 20% 추가 삭감, 무쟁의 확약 등을 담은 자구안에 합의하고 이날 조인식을 했다.
쌍용차 자구안에 대해 이 회장은 “한참 준비가 안 돼 있고 조건도 안 돼 있다”며 “쌍용차 노사는 산은과 정부에 답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은이 요구한 ‘흑자 전환까지 쟁의 중단’을 쌍용차 노조가 받아들였지만 이는 금융지원 검토를 위한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게 이 회장 설명이다. 그는 “잠재 투자자와 쌍용차 간 투자 유치 협상이 지지부진해 노조의 적극적 협조를 당부했던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산은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이익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라 전환을 안 할 수 없다”며 “이렇게 거둔 수익이 정책금융 재원이 되기에 당연히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전환가격은 주당 5000원이다. 이날 HMM 주당 종가(4만6250원)는 전환가격의 9배가 넘는 수준으로 전환 시 총이익이 2조원을 훌쩍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주식 전환으로 HMM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 회장은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당연히 저희가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그 점이) 시장가격에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제 얘기로 내일 (주가가) 폭락하면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효율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