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동안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사전 합의했지만, 일본 측이 우리 군·경의 동해영토 수호훈련 계획을 비판하며 일방적으로 회담에 응하지 않았다고 우리 정부가 밝혔다. 일본 측이 즉각 반박하면서 강제징용·위안부 배상 판결 등으로 악화된 양국 관계에 감정싸움까지 더해지는 모양새다.
정부 당국자는 14일 “G7 정상회의를 포함해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일 정상 간 만남에 열린 자세로 임해왔으나 실제 현장에서 회동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우리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이유로 일본이 당초 실무 차원에서 잠정 합의했던 약식회담마저 끝내 응해 오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기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두 차례 짧게 인사를 나눴지만 ‘풀 어사이드’(약식 회담) 또는 양자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 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독도방어훈련으로 알려진 동해영토 수호훈련은 1986년부터 해군과 해경이 매년 두 차례 진행하는 훈련이다. 올 상반기 훈련은 15일 비공개로 진행된다. 통상 한국형 구축함(3200t급)과 P-3C 해상초계기, F-15K 전투기 등이 참가한다. 일본은 한국이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할 때마다 항의해왔지만 35년간 이어진 훈련을 문제 삼아 정상회담을 취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자 외교 결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가에선 스가 총리가 한·일 갈등 부각을 통해 30%대까지 떨어진 내부 지지율을 반등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일본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등에 독도를 자국 영토처럼 표기했다. 스가 총리가 G7 정상회의 이후 일본 언론에 “강제징용 및 위안부 배상 판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사실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지극히 유감”이라며 “즉시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가토 장관은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 일정 등의 사정으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세환 김영선 조성은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