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 실제 세상처럼 가상의 세계에서도 명품을 쇼핑하고, 입학식 같은 행사도 하는 시대가 됐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열중하는 이동통신사들도 메타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로 온라인상의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명품브랜드 구찌는 최근 메타버스 게임으로 유명한 로블록스와 협업에 나섰다. 지난달 17~31일까지 2주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구찌 가든’을 로블록스 게임 내에서 구현하고 가상 구찌 아이템을 살 수 있도록 했다. 가상 아이템의 가격은 1.2~9달러 수준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중 한정판으로 판매된 ‘구찌 퀸 비 디오니소스’ 아이템은 로블록스 앱스토어 내에서 4000달러 이상에 재판매 되기도 했다. 실제 구찌 디오니소스 가방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 것이라고 USA투데이는 지적했다.
구찌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Z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게임 제페토에도 입점해 Z세대와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이통사들도 메타버스에서 5G 시대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3월 순천향대 입학식을 ‘점프VR’ 플랫폼을 통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했다. 실제 운동장과 비슷한 가상공간을 만들고 대학교 로고가 새겨진 점퍼도 아이템으로 준비했다. SK텔레콤은 K팝 콘텐츠를 메타버스에서 즐길 수 있는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카카오VX와 손잡고 13일 끝난 ‘SK텔레콤 오픈 2021’ 골프대회를 가상과 현실이 결합된 메타버스 방식으로 중계해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은 영화 특수효과 등으로 유명한 비브스튜디오스와 14일 사업 협력 및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점프 버추얼밋업·점프AR·점프스튜디오 등과 비브스튜디오스의 3D 영상 제작 기술을 결합해 본격적인 메타버스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메타버스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합종연횡도 나타나고 있다.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KT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하는 딜루션, 버넥트, 코아소프트, 위지윅스튜디오, 스마일게이트스토브 등 9개 기업과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와 함께 ‘메타버스 원팀’을 구축했다. 메타버스 생태계를 꾸려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XR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다. 버라이즌, 벨, 오렌지, 차이나텔레콤 등 전 세계 주요 이통사와 콘텐츠 제작사 펠릭스 앤 폴 스튜디오, 아틀라스 파이브 그리고 반도체 기업 퀄컴이 참여하는 세계 첫 5G 콘텐츠 연합체다.
LG유플러스는 VR 서비스 ‘U+VR’을 전국민 대상으로 무료 개방하고, 아이돌그룹 엑소의 온라인 전시관 ‘XR 갤러리’를 15일 공개한다. 온라인 전시관은 가상현실 속에서 원하는 공간으로 이동이 가능한 메타버스 개념이 접목됐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