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시 출발론’을 내세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야권 유력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두 사람이 이 대표의 당선을 계기로 축하 및 감사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표면적으로는 우호적이지만, 국민의힘 입당 문제를 두고는 서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밀당’이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8월 말 경선 출발 시간표를 제시하며 연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촉구하는 반면, 윤 전 총장은 입당 여부나 시점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은 14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국민의 기대가 컸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과 기대가 크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서는 “(저는)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 가리키는 길대로 간다고 말씀드렸다”며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상징하는 변화와 쇄신 열망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막상 입당 문제와 관련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이 대표가 제시한 ‘8월 버스 출발론’과 ‘공개경쟁 방식 경선’ 등에 수동적으로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대권 도전에 임하겠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야권 주자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을 당 안팎의 다른 주자들과 묶어 ‘원오브뎀(one of them)’으로 평가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불편한 기색도 엿보인다. 윤 전 총장이 이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컸다”고 밝힌 것도 국민의힘 외부에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중을 담은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반면 이 대표는 공정한 경선 관리와 다수의 대선주자군 확보가 리더십 확보를 위한 최대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그는 당선 이후 첫 의원총회에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40%를 돌파한 결과도 나왔다. 우리 당 중심 야권 대통합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당 안팎의 훌륭한 대선주자들과 함께 문재인정부에 맞설 빅텐트를 치는 게 제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그 방향으로 가는 길에 저희가 상당히 많은 부침이 있을 것이고 때로는 골짜기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어느 순간에도 소명의식과 목표만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대선 승리가 돼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함께 해주고 저를 지도해주고 무엇보다 믿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당분간 양측의 기 싸움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서울 연희동 골목상권을 방문할 때 동행했던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전날 페이스북에 “버스가 먼저 출발해도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직행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언제 들어오라고 으름장을 놓을 필요가 없다”며 “무의미한 소모전”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윤 전 총장 측은 장씨 언급에 대해 ‘개인적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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