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증 드려요”… 쇼핑 넘어 나눔 플랫폼 된 ‘당근마켓’

입력 2021-06-15 04:02
당근마켓에 올라온 헌혈증 무료나눔 게시글. 당근마켓 캡처

경북 칠곡군에 거주하는 이모(29)씨는 지난해 12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해 헌혈증 나눔을 처음 시작했다. 6개월 동안 이씨가 이웃과 나눈 헌혈증만 8장이다. 첫 이웃은 남편이 수술을 받는다고 했고, 두 번째 이웃은 어머니가 암 수술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씨는 “아무래도 동네 사람들이 있는 당근마켓을 통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며 “감사의 의미로 귤 한 박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 헌혈자의 날인 14일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올라온 헌혈 관련 게시글은 전년 동월 대비 5배 넘게 증가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혈액 수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위해 무료나눔 형태로 지정 헌혈에 참여하거나, 헌혈 참여를 인증하며 주변 이웃의 동참을 독려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과 달리 당근마켓엔 무료나눔이 활발하다. 당근마켓이 쇼핑을 넘어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헌혈증 외에도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료나눔하는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초 마스크 대란 당시에는 임산부가 이웃의 도움을 받아 마스크를 마련한 사연도 있다. 지난해 당근마켓에 올라온 무료나눔 게시글은 213만건에 달한다.

당근마켓이 동네 주민의 삶에 녹아들자 자연스레 사업모델 확장으로 이어졌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뿐 아니라 동네 커뮤니티를 거점으로 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