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선언한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이 ‘소득’이라는 난제에 봉착했다.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특수고용형태근로(특고)·플랫폼 종사자 중 일부는 소득 파악부터가 쉽지 않다. 고용보험료 산출 근거가 없으니 고용보험 의무 적용이 어렵다. 이르면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인 자영업자 고용보험 역시 소득이 문제다. 소득 파악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고용보험 가입 시 비용이 발생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높아 의무화에는 부정적이다. 야심찬 선언과 달리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현재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의 기반이 되는 소득 파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세청, 근로복지공단이 협업하고 나섰다.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특고·플랫폼 종사자의 소득 파악이 최우선 과제다. 소득을 알아야 고용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세 정보를 토대로 소득을 파악하겠다는 방향성만 보면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앞서 고용보험 적용을 확대한 국가들 역시 과세 정보를 기반으로 삼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 중에는 영국처럼 아예 세정당국이 직접 사회보험료를 징수하는 국가도 있다.
다만 기존 과세 정보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소득이 상당 부분 있다는 점이 문제다. 특고 종사자 중 산업재해보험에 가입한 보험설계사 등 14개 직종은 소득 파악이 가능하다. 고용부는 166만명으로 추정되는 특고 중 최대 133만명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렇더라도 33만명의 소득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고용보험이 적용될 플랫폼 종사자는 문제가 더 크다. 최소 22만명에서 최대 179만명 정도가 플랫폼 산업 종사자로 분류된다. 이 중 플랫폼이 중개 역할만 하는 경우가 가장 큰 문제다. 가사노동자를 소개하는 플랫폼의 경우 중개수수료만 받을 뿐 실제 급여는 고용주와 가사노동자가 직접 주고받는다. 정부 관계자는 “이 경우는 사인 간 거래라서 과세 정보를 활용해도 소득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2023년 1월을 목표로 한 자영업자 고용보험 의무화는 출발선부터가 쉽지 않다. 정부는 2012년부터 자영업자 고용보험 임의 가입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이 절실한 1인 자영업자조차 가입률이 1%에 못 미친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2만1611명이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통계청이 파악한 2020년 기준 1인 자영업자(415만9000명)의 0.5%에 불과하다.
고용보험료 산정을 위해 소득이 파악된다는 점, 이후 준조세격인 고용보험료가 부과된다는 점을 꺼리기 때문이다. 인식 개선 없이는 정부가 검토 중인 연간 또는 월 수익 기준 고용보험료 산정 방식 논의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조차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의무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