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규제 등 잇단 악재로 3000만원 중반대까지 무너졌던 비트코인이 연속적인 호재를 맞으며 4500만원선을 회복했다. 환경오염과 돈세탁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고 이른바 ‘잡코인’과의 차별화로 인해 투자자들의 수급까지 몰리며 악재들이 점차 해소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오전 10시 현재 국내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개당 4587만1000원에 거래됐다. 1주일 전 3600여만원까지 내려갔던 것에 비해 1000만원 가까이 회복했다. 전날 대비로 봐도 13.1% 급등한 가격이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비트코인이 급반등한 것은 시장을 둘러싼 이른바 3대 악재가 서서히 걷히는 낌새를 보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선 업비트를 필두로 한 국내 소규모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되며 투자자들의 수급이 비트코인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박을 노리고 ‘잡코인’에 투자했다가 기습적으로 상장폐지를 당하면 손실이 극심한 만큼,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 폭이 안정적인 대장주 ‘비트코인’으로 눈을 돌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비트코인은 업비트에서 원화로 거래되는 모든 종목들 중 거래대금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격 변동이 극심한 도지코인 등 소규모 종목들이 1위를 차지하는 일이 잦았다.
글로벌 시세 회복의 신호탄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쏘아 올렸다. 머스크는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테슬라는 비트코인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유동성을 가질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10% 정도만의 보유량을 매각했다”면서 “(비트코인의) 긍정적인 미래 전망이 제시되고, 채굴자들의 합리적인(50%까지의) 클린 에너지 사용이 확인된다면 테슬라는 비트코인 거래 허용을 재개할 것”이라고 적었다. 환경오염을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언급해 시세 하락을 야기한 머스크가 자신의 말을 거둬들인 셈이다. 이 발언이 나온 직후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9%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미 법무부가 FBI(연방수사국)와 연계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해커 집단에 몸값으로 지불한 비트코인 회수에 성공했다는 점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했다. 이날 CNBC는 “비트코인으로 범죄 대금을 받으면 사법당국의 추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통념이 범죄자들 사이에서 깨지고 있다”면서 “그들은 비트코인보다 더 강화된 보안과 익명성을 제공하는 대시, 모네로, z캐시 등의 알트코인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국제 금융규제기관은 그동안 범죄단체 혹은 테러집단들이 보안과 익명성을 믿고 비트코인을 돈세탁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미 당국이 해커의 비트코인을 회수하면서 ‘범죄용’이라는 오명을 떨쳐내 투자자들에게 ‘클린 코인’이라는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