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학점 인플레’… 국가장학금 불용액 크게 줄 듯

입력 2021-06-15 04:07

코로나19 상황에서 유례없는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면서, 지난해와 올해 국가장학금 불용액(쓰고 남은 돈)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점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다.

국가장학금 지원 제도는 2012년 시작돼 올해로 도입 10년째를 맞이했다. 정부는 올해에도 학생 115만명에게 국가장학금 총 3조8788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런데 국가장학금 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 성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다른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성적 기준 미달로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매년 속출했다. 1유형(학생직접지원형)의 경우 직전 학기 성적이 B학점 이상이어야 하며(기초·차상위 계층은 C학점 이상), 2유형(대학연계지원형)은 소속대학마다 자체적인 심사 기준이 존재한다.

국민일보가 14일 과거 교육부의 회계연도 결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 불용액은 매년 최소 29억3800만원에서 최대 1558억4700만원까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인 2019년에도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 집행률은 97.9%, 불용액은 747억1600만원에 달했다.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은 당해 연도에 집행되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고 사라진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대학생 성적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성적 미달’ 때문에 생기는 예산 불용액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B학점 이상을 취득한 대학생 재학생 비율은 87.5%로 전년보다 15.8% 포인트나 확대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수업이 확산되면서 절대 평가 방식을 도입하거나 상대 평가 기준이 이전보다 완화됐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성적 기준에 미달해 국가장학금 심사에서 탈락된 학생들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가구소득 변동에 따른 소득 분위별 학생 수 변화,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불용액은 어김없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불용액 발생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며 “지난해 불용액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결산 심사가 끝나지 않아서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