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만난 바이든 “어머니 생각나” 백악관 초청

입력 2021-06-15 04:06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외곽의 윈저성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를 맞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머니가 생각났다’며 여왕을 백악관에 초청했다. AFP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차 영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만나며 회담 일정을 마무리했다. 어머니가 아일랜드계로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은 여왕에게 고개숙여 인사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가 생각났다’며 여왕을 백악관에 초청했다.

AP통신과 미국 CNN 등은 13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 내외가 G7 정상회의 폐막 직후 런던 외곽에 있는 윈저성에서 여왕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부군 필립 공이 타계한 지 두 달 만에 해외 정상을 만나게 된 여왕은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윈저성 안뜰에서 바이든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의장대는 대통령 부부가 입장할 때 예포를 쏘고 미국 국가를 연주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은 여왕 접견 당시 고개를 숙이지 않았는데, 이는 아일랜드계인 어머니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연단에서 내려오는 여왕을 부축하기 위해 팔꿈치를 내밀었지만 여왕은 사양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내려왔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이던 1982년 자서전을 통해 아일랜드계인 어머니가 ‘여왕에게 고개를 숙이지 말라’고 가르쳤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역사적으로 앙숙이다.

로이터통신은 “세 사람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한 뒤 윈저성 오크룸에서 예정보다 10분 늘어난 45분 동안 차담을 나눴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여왕에게 ‘(윈저성에) 더 오래 머물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접견이 끝나고 벨기에 브뤼셀로 향하기 위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접견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더 오래 대화할 수 있으면 좋았을 것이다. 여왕의 외모와 너그러움에 내 어머니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여왕을 백악관에 초청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어 “여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궁금해 했다”고 소개했지만 여왕이 이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일반적으로 여왕과의 일상대화를 알리는 것은 금기”라며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윈저성에서 만난 4번째 현직 대통령이다. 여왕은 1952년 즉위한 뒤 69년 동안 린든 B 존슨 대통령을 제외한 13명의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