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는 13일 “대선 후보 ‘대세론 모델’이라는 건 어느 후보가 원한다고 해도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특정 주자를 배려하는 방식의 경선 관리는 ‘공정 경선’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또 “토론에 자신이 없다고 하면 국민에게 배척받을 것”이라며 당 안팎의 대선 주자들도 공개경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8월 시작될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해 토론배틀 등 공개경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국회 당대표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는 지난 12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나 합당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젠더 이슈와 관련해서는 “수치적 성평등은 큰 의미가 없다”며 “성에 따른 차별이나 불이익은 없애야 하지만 결과에 대한 평등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선 후보 토론배틀을 윤 전 총장, 최재형 감사원장이 하겠는가.
“다급해지면 다들 할 수밖에 없다. 우리 당 대선주자로 입당하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당원 지지를 받을 것이다. 토론에 자신 없다고 하면 국민, 당원에게 배척받을 것이다. 어려운 전장에서 싸우면 극복이 된다.”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가 중요한데.
“전당대회 과정에서 ‘누구랑 연락이 되고 있다’ ‘누구를 돕겠다’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공정하게 대선을 관리할 수 있다.”
-윤 전 총장 입당에 대한 입장은.
“탄핵에 대한 입장이 훼손되지 않는 상태로 윤 전 총장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당내 반발을 듣는 게 싫어서 조금씩 톤을 낮추면 그건 윤석열이 아니라 다운그레이드된 윤석열이다. 결코 우리가 원하는 윤 전 총장이 아니다. 제가 이미 ‘탄핵은 정당하다’고 말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지 않았나.”
-보수에서 드물게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유의미한 메시지 냈으면 좋겠다. 메시지로 기억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치권에서 다루지 않았던 젊은 세대의 어젠다를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방식으로 다뤘다. 누구든지 이런 걸 적용하면 팬덤은 생긴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도 국회의원을 한 번 밖에 안 했다. 지금 윤 전 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한 번도 안 했다. 여의도 정치의 선수(選數)라는 게 국민한테는 아무 의미 없는 것 아닌가.”
-당대표로서 최우선 과제는.
“당내 불안감을 없애는 게 급선무다. 난이도가 높지만 다수가 인정할 인사를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범수 비서실장,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실무적 이유로 먼저 선임했다. 사무총장직이 핵심 키인데 제안받는 분들 입장에서는 스무살이나 어린 당대표와 일해야 하는 점이 곤란하고 고심이 될 것이다. 또 제가 명징한 개혁과제들을 던져놨다. 특히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배틀은 1000명대까지 지원자를 기대한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이렇게 실력만으로 문을 활짝 연 적은 없다고 자부한다. 이번에 큰 장이 설 것이라고 본다. 우리 당에서도 변화에 협조를 안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왜 그러는지 궁금하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는.
“제가 먼저 제안해 안 대표와 전날(12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자세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기존 합당 논의를 재확인하는 정도까지 얘기했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이 지사가 싸우는 주요 전장은 기본소득이나 복지 등 분배 영역인데 이번 대선의 전장은 거기가 아닐 것이다. 성장 담론이 전장이 될 것으로 본다. 국민은 이제는 속지 않는다. 세금을 많이 내면서 10만원을 주면 20만원을 더 가져간다는 것을 잘 안다.”
-향후 대여 관계는.
“합리와 이성을 벗어난 대여 투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부정선거 담론이나 백신 공포 조장 등 이런 건 앞으로 저희 당의 방식은 아닐 거다.”
-‘공정한 경쟁’을 놓고 능력주의라는 우려도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젠더와 공정성 관련 영역에서 저를 혐오자로 엮으려는 시도를 많이 겪었다. 또 경쟁지상주의, 엘리트주의로 몰아세우는 것도 겪어봤다. 그런데 그렇게 창의적이지 않다. 저를 공격할 때 그 세 가지를 버무려서 나온다. 현 집권 여당 대선 주자들이 그걸 버무려서 나온다고 하면 대환영이다. 오히려 그런 프레임을 들고나오면 대선 구도에 유리한 지점이 생길 것 같다.”
-20대 남성이 아닌, 20대 여성에 대한 접근은.
“첫 단계는 성평등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저는 기회의 평등이 있어야 하고, 성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 여성 3명이 당선됐다. 저도 그렇고 이분들도 그렇고 지금의 주류 정치인들처럼 조직선거를 해야 했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수 있다. 결국 여성이 성비보다 적게 참여했던 이유는 룰 자체가 불리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여성할당제가 여성 정치 활성화 해법이 아니다.”
-14일 취임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다.
“전직 대통령이나 이름이 알려진 순국선열뿐 아니라 천안함 용사 등에 대해서도 보훈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수가 천안함 용사나 생존 장병의 국가유공자 지정에서도 굉장히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말로만 보수정당처럼 행동했던 걸 바로잡겠다.”
이상헌 백상진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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