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우리에게 통쾌함 줬다” 이준석 대표 만든 2030 파워

입력 2021-06-14 00:0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MZ세대(1980~2000년대생) 젊은 남성들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비율로 치러져 MZ세대 남성 가운데 이 대표에게 표를 주기 위해 전당대회 전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한 이들도 많았다.

고등학교 3학년인 이모(18)군은 열여덟 번째 생일이 지나고 정당 가입 자격이 주어지자 바로 국민의힘에 가입했다. 정당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권이 생기는 만 18세부터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 전당대회 3개월 전 당원으로 가입하면서 이군은 당대표를 뽑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군은 13일 “이 대표가 (당대표 레이스를) 중단했다면 바로 탈당했을 것”이라며 “기성 정치인들이 정계를 쥐락펴락하는 모습에 대해 MZ세대는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그 분노가 이 대표에게 실려 응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는 지방의 한 한의대 재학생인 박모(31)씨 역시 전당대회 직전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했다. 그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중진들이 탄핵부정파,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 제기 세력, 극우 유튜버 등에 휘둘리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기성 정치인과 달리 이들과 선을 긋는 이 대표의 모습이 맘에 들었다”며 “당내 기득권에도 주눅 들지 않는 이 대표의 모습이 우리 세대에게 통쾌함을 줬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8)씨도 이 대표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한 경우다. 이씨는 “국민의힘이 나아가는 방향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차라리 ‘투표를 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자’는 생각으로 이 대표를 지지했던 것”이라며 “이번에 이 후보가 대표가 되는 것을 직접 경험한 MZ세대들이 대선 국면에서도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야당 대표 선거에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당원 가입이라는 번거로움까지 불사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인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공정’의 가치였다. 이씨는 “2015년까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였고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줬다”며 “문재인정부에서 공정의 가치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야당 지지자로 마음을 바꾸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정부 ‘정유라 입시 비리’와 현 정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분명하게 분출된 공정에 대한 요구는 이처럼 MZ세대와 밀접하게 포개진다. 1994년생으로 최근 ‘K-를 생각한다’를 펴낸 임명묵(28) 작가는 “MZ세대의 ‘공정’은 구체적인 이념이나 철학, 논리에 기반한다기보다는 ‘공정감’이라는 이름의 감정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없는 경쟁에서 탈락하면 안 된다는 불안을 느끼는 상층 청년이나, 미래가 나아질 수 없다고 느끼는 하층 청년이나 기저에 놓인 불안감은 같다”며 “불안을 최소화하는 공정한 시스템에 더 강하게 매달리는 MZ세대의 경향성이 공정 담론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MZ세대들은 공정사회가 무너지고, 부동산 문제로 더 가난해지고, 일자리는 없어지면서 절망을 느끼고 있는 세대들”이라며 “(이들이) 인지도가 높으면서도 중도 확장력도 있고 상당히 합리적인 이미지의 인물인 이 대표를 선택하면서 ‘이준석 신드롬’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형민 박민지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