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가 회복되기도 전에 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인플레이션을 꼭 두려움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경기 회복 국면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면서 담담히 맞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인플레 신호가 확연해진 최근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형국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꾸준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2.6% 올랐다.
통계청은 최근의 물가상승은 지난해 저물가 국면에 따른 기저효과,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 중이다.
인플레이션은 통상 수요와 공급의 관점 두 가지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인데, 주로 경기 회복 국면에서 총수요의 증가로 인한 초과수요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다른 하나는 공급 부족 인플레이션이다. 전쟁이나 석유 파동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뒤이은 임금 인상 등 비용 측면의 영향이 크다. 보통 시장의 우려는 기업들이 원가 상승을 물품 가격에 전가시키면서 물가가 오르는 후자에서 나온다.
최근의 물가상승은 기본적으로 ‘총 수요 증가’가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13일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원자재 수요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공급 불균형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그냥 단순한 공급충격으로 볼 것이 아니라 수요충격에 의해 설명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반기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소비 증가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것도 악성 인플레와는 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 하에서의 물가 상승은 중앙은행의 금리 조절 기능 등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상승은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될 전망이 많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한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컸을 뿐 과거 평균 가격과 비교했을 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천 부연구위원은 “기저효과가 하반기까지 유지될 수는 있지만, 유가 자체의 변동성은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플레 공포’에 극도로 몸을 사렸던 금융시장은 최근 주식 등 위험자산 매수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5% 급등하며 시장 예상치(4.6%)를 크게 웃돈 지난 10일(현지시간) 이후 이틀간 미 증시는 빠지기는커녕 강세를 보였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이틀 연속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며 13년만의 소비자물가 최대 상승을 무색하게 했다. 인플레에 대한 시장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하향세다. 인플레 우려가 줄어들면서 미 국채로 자금이 몰리자 한때 1.7%를 넘겼던 10년물 금리는 현재 1.4% 중반까지 하락했다.
한국 금융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계청이 5월 소비자물가를 발표한 지난 2일 이후 11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25포인트 이상 올랐다. 특히 미국 물가지표가 발표된 11일에는 하루만에 24.68포인트가 올랐다. 코스닥 역시 지난 2일 981.10에서 11일 991.13으로 오르며 1000선 회복에 바짝 다가섰다.
세종=신재희 기자, 강창욱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