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호’가 본격 출항하면서 야권 잠룡들의 대선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변화와 세대교체 열망을 확인한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을 내리면서 당내 주자뿐 아니라 링 밖의 잠룡들도 등판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은 7월 12일 대선 예비후보 등록, 7월 중 경선 룰 확정, 8월 중순 이후 경선 레이스 시작이 유력한 시나리오다. 국민의힘이 야권의 ‘대선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링 밖의 주자들 역시 늦어도 8월 중 국민의힘 합류 여부를 결정짓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동아일보 기자 출신 이상록 전 국민권익위 홍보담당관을 대변인으로 임명하는 등 참모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국민의 기대와 염려를 제가 다 경청하고 있다”며 대권 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다음 달 예비후보 등록일 이전에 캠프를 띄울 예정이다. 그는 ‘경제’와 ‘공정’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우며 정책비전을 가다듬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론을 비판해온 유 전 의원은 “이번 대선에 ‘포퓰리즘 공약’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조만간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 원 지사는 최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공식 선언 시점은 전당대회가 지나고 7월 전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당 지도부 구성의 드라마를 쓰는 시점이 지나면 그다음 드라마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3선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주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국민의힘 ‘복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이슈를 조기에 매듭짓느냐 여부가 대선 행보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야권은 최재형 감사원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본인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당시 여권의 파상공세에도 원칙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야권 지지층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최근 최 원장이 대선 도전 여부를 막판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강연 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국민의힘 영입 리스트에 올라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와 함께 우리 당의 저평가 우량주인 원 지사, 유 전 의원, 하 의원 등 당내 대선후보들이 적정평가를 받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썼다. 이어 “홍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링 밖에서 등단을 준비 중인 윤 전 총장,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최 원장, 김 전 부총리 등에 대해서도 환영의 꽃다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김 원내대표와 전당대회 이후 첫 공식 회동을 하고, 정책위의장 등 당직 인선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노타이’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만났다. 김 원내대표가 ‘따릉이’를 타고 온 이 대표의 국회 출근 얘기를 꺼내자 이 대표는 “한 번 해보시죠”라며 웃었고, 김 원내대표는 “당이 굉장히 젊어진 것 같아 좋다”고 덕담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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