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재하도급·이면계약 정황… 광주 건물붕괴 참사 ‘단초’ 됐다

입력 2021-06-14 04:04
광주 철거 도중 붕괴한 건물에 깔려 숨진 피해자의 유족들이 13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식을 마친 뒤 장례차에 오르는 희생자의 관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철거건물 붕괴 참사 사건 수사에 나선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3일 다단계 불법 재하도급 경로와 함께 제3, 제4의 철거업체가 이면계약을 맺고 철거공사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수사본부는 “현대산업개발은 서울의 한솔기업, 재개발조합은 다원이앤씨와 각각 철거공사 계약을 체결한 뒤 하도급과 재하도급이 이뤄진 과정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지장물·일반 건축물 철거는 한솔기업이 맡고, 석면 철거공사는 다원이앤씨가 수주했으나 다시 하도급, 재하도급이 엉뚱한 곳으로 이뤄져 부실 철거에 따른 붕괴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한솔기업은 지난달 동구청에 10여개 건물의 철거 허가를 받기에 앞서 광주의 백솔기업에 하도급을 줬고 이 회사가 다시 ㈜아산산업개발 등에 재하도급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아산산업개발 대표 조모씨는 붕괴 현장에서 굴착기를 직접 운전했다. 이 회사는 비계 구조물 해체업과 석면 해체·제거를 전문으로 하는 규모가 작은 업체다.

수사본부는 현대산업개발이 지장물, 건축물, 석면 3개 분야로 나눠 철거공사 계약을 맺었는데 이후 한솔과 다원이앤씨 주도로 하도급, 재하도급이 은밀하게 진행되면서 공사비가 많이 삭감된 것으로 보고 있다.

3.3㎥당 28만원인 철거공사비가 하도급에서 20만원선, 재하도급에선 10만원대로 떨어져 결국 붕괴 참사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하도급업체의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한솔과 다원이앤씨 간에 수익을 상호 분배했거나 다른 영세업체와 헐값에 계약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본부는 증거가 확보되는 대로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공사 관계자 등 7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철거건물 붕괴 참사 5일째인 13일 전날 4명에 이어 희생자 3명의 발인이 이어졌다. 나머지 2명의 발인은 14일까지 마무리된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12일 광주 동구청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