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70) 라자로 대주교는 “교황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전교구장인 유 대주교는 12일 오후 세종시 대전교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황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북한이 교황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바티칸 현지에서도 저의 임명이 북한이나 중국 문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축전을 보내 “한국 천주교회의 경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인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축하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오신 분이어서 더욱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전날 유 주교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한국인 성직자가 교황청 고위직인 장관에 임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이다.
유 대주교는 대전교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난 4월 17일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시 장관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자세였다”는 유 대주교에게 교황은 “교황청에는 아프리카 출신 장관은 두 분인데 아시아 출신 장관은 한 분뿐”이라며 “유 주교는 전 세계 보편교회에 매우 중요한 아시아 대륙 출신”이라고 설득했다.
교황청 성직자성은 전 세계 사제와 부제들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다. 사제·부제의 사목 활동을 감독·심의하는 것은 물론 신학교도 관할한다. 교황청은 유 주교를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하면서 대주교 칭호를 부여했다. 일반적으로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 장관은 추기경 직책으로 분류돼 유 대주교도 향후 추기경에 서임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정진석 추기경 선종으로 한국인 추기경은 염수정 서울대교구장 한 명이다.
충남 논산 출신인 유 대주교는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뒤 현지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대전가톨릭대 교수와 총장을 거쳐 2003년 주교가 됐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성사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중 선임기자, 세종=홍성헌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