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안와골절… 막 오른 유로, 불상사 속출

입력 2021-06-14 04:05
덴마크 축구대표팀 주장 시몬 키예르가 13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핀란드와 가진 유로 2020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은 동료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혀를 꺼내 기도를 막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에릭센은 병원에서 의식을 찾았다. AFP연합뉴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가 코로나19 대유행을 뚫고 1년을 순연해 개막했지만 시작부터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년 전까지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29)과 함께 뛰었던 덴마크 대표팀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29·인터 밀란)은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었다가 가까스로 깨어났다. 손흥민을 포함한 세계 축구스타들이 그의 쾌유를 기원했다.

에릭센은 13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핀란드와 가진 유로 2020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전반 42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핀란드 진영 사이드라인에서 시작된 스로인 도중 돌연 앞으로 고꾸라졌고 일어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와 충돌은 없었다.

주심의 다급한 호출을 받고 장내로 들어간 의료진은 즉각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에릭센을 둘러싼 일부 선수는 눈물을 흘렸고 핀란드 관중도 걱정 어린 표정으로 응원을 보냈다. 에릭센은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90분간 중단되고 재개된 경기에서 핀란드는 1대 0으로 승리했다. 사상 처음으로 유로 본선에 진출한 핀란드는 첫 득점에 첫 승까지 챙겼지만 환호하지 않았다. 후반 15분 결승골을 넣은 핀란드 공격수 요엘 포흐얀팔로(우니온 베를린)는 경기를 마친 뒤 “모든 생각이 에릭센에게 향해 있다. 모든 것이 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릭센을 향한 응원은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옛 동료인 손흥민은 SNS에 “형제여, 힘내라”고 적었다. 손흥민, 에릭센, 델레 알리와 토트넘에서 ‘D·E·S·K 라인’ 공격진을 구축했던 잉글랜드 공격수 해리 케인은 충격을 받은 듯 크로아티아와 D조 1차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경기의 최우수선수 격인 ‘스타 오브 더 매치’로 에릭센을 선정했다.

에릭센은 의식을 회복했다. 의료계에선 에릭센의 현역 연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영국 런던 세인트조지대의 심장전문의 산자이 샤르마 교수는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에릭센이 몇 분간 숨이 멎었다가 살아났다. 다시 축구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유로는 월드컵 다음으로 큰 국제 축구대항전이다. 유럽 국가들만 출전해 월드컵보다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출전하는 ‘빅 이벤트’로 꼽힌다. 당초 6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유럽 내 12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년을 연기해 지난 12일 개막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부상자 속출로 우려가 높다.

13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1차전 도중 뜬공을 경합하다가 충돌해 쓰러진 벨기에 라이트윙 티모시 카스타뉴(왼쪽)와 러시아 미드필더 달레르 쿠자예프. AP연합뉴스

사고는 같은 날 다른 경기장에서도 발생했다. 벨기에 대표팀 라이트윙 티모시 카스타뉴(레스터시티)는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1차전에서 전반 25분 러시아 미드필더 달레르 쿠자예프(제니트)와 뜬공을 경합하던 중 얼굴을 부딪쳐 안와골절상을 입었다. 카스타뉴는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