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에서 9년째 남편,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이선아(37)씨는 지난 6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듣고 배울 권리는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난청을 앓는 맏딸 가예(10)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수년 전 들은 이 말이 국가 주도 난청 관리의 필요성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씨와 주고받은 일문일답.
-가예의 귀 상태가 궁금하다.
“진단명은 심도 난청(profound deaf)입니다. 고주파 영역의 소리는 110㏈을 넘어야 들을 수 있어요. 비행기가 바로 옆에서 지나가는 소리도 작게 들리는 정도라고 하더군요. 저주파 영역의 청력도 점점 약해져 보조기구 없이는 거의 듣지 못할 정도입니다. 만 세 살이던 2014년에 보청기를 끼기 시작했고 2016년과 2019년엔 양쪽 귀에 인공와우 삽입술을 받았습니다.”
-처음 난청을 의심한 게 언제였나.
“생후 50일쯤이었습니다. 간단한 청력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어요. 의사 선생님은 6개월 뒤에 다시 정밀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는데, 저와 남편은 오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예가 제 목소리에 반응을 보였거든요. 나중에 알았지만 제 목소리는 저주파라 가예 귀에 들렸던 거였습니다. 결국 2년 뒤에 호주로 이사를 간 뒤에야 난청 진단을 받게 됐죠.”
-소아기 난청은 학습·언어 발달과 밀접한 관계라고 알고 있는데.
“처음 학교에 갈 땐 영어를 거의 못 했고 한국어로도 저와 소통하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인공와우를 삽입한 뒤로 재활 차도가 좋습니다. 지금 가예는 읽기와 쓰기, 말하기 모두 또래 건청 아이들과 비슷하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도 다시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됐고요.”
-수술만이 치료·재활의 전부는 아니었을 것 같다.
“매주 언어치료를 받았습니다. 인공와우 수술 이후에도 기기를 조율했고 재활 훈련을 받았습니다. 청력검사도 주 1회 해서 보청기가 귀에 잘 맞는지, 청력이 나빠지진 않았는지 확인했습니다. 필요하면 보청기를 조율 받거나 업그레이드했고요.”
-경제적으로 부담이 상당했겠다.
“메디케어(공공의료보장제도) 덕에 위의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모두 지원받았습니다. 국가 장애보험 제도(NDIS) 담당자가 매년 상담을 거쳐 아이에게 필요한 지원 항목과 액수를 책정하게 되는데요. 올해 가예 앞으론 수화 교육, 수업용 헤드폰, 청각 캠프, 일상 지원금 명목으로 1만5000호주달러(약 1300만원)가 책정됐습니다.”
-국내에 잠깐 들어와 살았던 기간도 있었다고.
“2015년 6월부터 8개월 정도 친정 부모님 집에 살며 가예를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선생님께 난청이 뭔지부터 설명해 드려야 했어요. 반면 호주에선 엄마인 저보다 가예를 더 잘 아는 전문가들이 있었고, 그들끼리 소통이 잘 이뤄졌습니다. 정부 전문가가 학교에 찾아와 담임선생님과 가예 교육에 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병원에서 받은 정보는 언어치료 선생님께 전달됐습니다.”
-국내에도 이런 수준의 난청인 지원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보나.
“결국은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호주 정부가 돈이 많아서 복지 제도를 잘 갖춰 놓았다기보단, 그만큼 난청을 심각한 문제로 본다는 거거든요. 상상도 못 했던 지원이 이어지자 저도 처음엔 얼떨떨했습니다. 그때 가예 담임선생님이 한 말이 기억에 남네요. ‘특별해지라고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듣고 배울 기본적 권리를 누리게 돕는 거’라고요.”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