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냉장고에 사랑 채워 어려운 이웃과 나누다

입력 2021-06-14 03:01
대전 신성교회 김윤태 목사가 지난달 28일 교회 1층에 있는 ‘채움냉장고’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성도들이 채움냉장고에 넣은 음식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도록 신성동복지센터 입구에 있는 ‘나눔냉장고’(아래 사진)로 옮겨진다. 대전=신석현 인턴기자

대전 유성구 신성교회(김윤태 목사) 1층과 신성동행정복지센터 입구엔 같지만 다른 냉장고가 있다. 레토르트 음식 등이 담겨있는데 하나는 ‘나눔냉장고’, 또 다른 하나는 ‘채움냉장고’란 이름을 쓴다.

신성교회 성도들이 채움냉장고에 채운 음식은 신성동복지센터 나눔냉장고로 옮겨진다. 식료품이 필요한 사람은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나눔냉장고에서 가져갈 수 있다.

지난달 28일 교회와 지역사회의 장벽을 허무는 신성교회의 마을목회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교회를 찾았다. 신성교회의 마을목회는 대전신학대 교수로 있던 김윤태 목사가 2015년 청빙 받은 뒤 시작됐다. 김 목사는 선교적 교회론부터 설명했다. 김 목사는 “교회와 성도는 교회가 세워진 지역의 선교사라는 게 선교적 교회론”이라며 “다만 선교적 교회론을 연구하면서 단점을 발견했다. 놀이터 등을 만들고 어려운 이웃에 식사를 대접할 만큼 교회가 커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단점을 메우려고 김 목사만의 특색을 덧입혔다. ‘끌어 모으는 선교적 교회론’이다. 교회가 세상으로 들어가고, 세상이 교회 안으로 들어오게 하자는 것이다. 2016년 리모델링을 하면서 교회 안 나무부터 잘랐다. 조망권 침해를 호소하는 이웃들을 위해서였다. 소음민원을 해소하려고 본당 창문을 막고 흡음 공사도 했다.

성도들에게는 지역 주민에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라는 사명감을 부여했다. 김복순 장로는 “매년 초 제직세미나에서 성도들은 ‘우리는 파송받은 선교사’라 외친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마을목회 사업은 ‘맥가이버’ 수리봉사다. 맥가이버팀은 교회 안 시설 관리를 위해 활동하는 동아리였다. 그러나 2018년 김 목사가 충남 부여 지역 기독교연합부흥성회를 인도하던 중 시골교회의 열악한 현실을 마주한 뒤 도울 방법을 찾았고 맥가이버팀은 충남 부여 공주, 충북 보은 등 시골교회의 시설물 수리에 나섰다. 맥가이버팀을 운영하는 윤준상 장로는 “매번 거룩한 희열을 느낀다”고 전했다.

마을목회 사역 확장을 위해 교회는 올해 마을목회팀을 만들었다. 첫 사업이 채움냉장고였고 그 다음이 샐러드 사업이었다. 과일이나 야채가 비싸 먹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신성동 주민자치위원회 지역사업 공모에 ‘찾아가는 신성마을 행복샐러드바’라는 이름으로 응모했다. 마을목회팀 안기훈 집사는 주민자치위원 중 한 명이지만 공정한 심사를 위해 당선작을 뽑는 회의에서 빠졌다.

안 집사는 “종교단체가 공공기금을 지원 받아 사업하는 경우가 없어 다들 선정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예산 1000만원을 받아 사업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취약계층에 야채와 과일을 담은 샐러드를 처음 배달됐다.

신성교회는 성도와 새 신자 양육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교회는 성도로 구성된 ‘다락방 순모임’과 신자, 불신자, 마을주민으로 구성된 ‘사랑방 순모임’ 등 두 가지 형태로 운영한다. 주목할 건 사랑방 순모임이다. 사랑방 개념을 도입해 마을 주민들이 사교 목적으로 참석하도록 했다. 식사 기도를 하지 않는 등 종교적 색채도 뺐다. 최종 목적은 사랑방 순모임이 다락방 순모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마을목회 결과는 놀라웠다. 매년 봄 열리는 전교인 체육대회엔 마을 주민들이 물품을 기증한다. 코로나19 타격도 없었다. 5년 전보다 성도 수는 3배 가까이 늘었고 새 신자는 계속 교회를 찾고 있다.

대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