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준석 파격 행보, 보여주기식보다 실질적 변화가 관건

입력 2021-06-14 04:05
헌정사 첫 30대 당 리더가 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파격 행보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어제 오전 언론 인터뷰 등을 위해 국회로 처음 출근하면서 서울시의 공공 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했다. 캐주얼 정창 차림에 백팩을 메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서 보수 제1야당의 변화가 감지됐다. 평소 지하철을 애용해온 이 대표는 당에서 차를 제공하지만, 앞으로도 따릉이와 대중교통을 종종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14일 첫 공개 행보로 천안함 희생 장병 묘역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을 찾는다. 당대표 등 유력 정치권 인사들이 당선된 후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순국선열과 전직 대통령들이 안장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것과는 다른 일정이다. 전통 보수진영의 핵심 가치인 안보를 강조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당선된 지 하루 만에 당대표 비서실장에 초선 서범수 의원을, 수석대변인에 초선 황보승희 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이전 당대표들은 비서실장의 경우 자신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최측근 인사라는 생각에 ‘편안한 사람’을 지명해왔는데, 서 의원은 이 대표보다 22살이나 더 많다. 황보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변인단은 공약대로 ‘토론 배틀’로 채용한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청와대에서 영수회담을 할 경우 과거 제1야당 대표와 달리 독대를 고집하지도 않고, 코로나19 방역 등 국정 어젠다에선 협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도 공언했다.

이 대표 당선에는 변화와 쇄신을 향한 보수층의 갈망이 동력으로 작동했다. 더 나아가 ‘이준석 바람’은 전 국민의 가슴에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여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그의 당선을 높이 평가하며 박수를 보낸 이유다.

이 대표의 파격행보는 일단 신선하다. 실제로 정치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젠 보여주기식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 이준석 바람이 잠깐 지나가는 돌풍이 되지 않기 위해선 향후 얼마나 구체적인 비전을 구축하고, 어떤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