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으로 시작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올해 36세인 이준석 당대표 선출이라는 파격으로 막을 내렸다. 정권교체와 기성정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안고 탄생한 ‘이준석 체제’는 제1야당 내부뿐 아니라 정치 전반에 파격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나 여당 지도부 등과 회동할 때도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장면들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우선 당직 인선 방식부터 바꾸겠다고 했다. 그는 11일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토론 배틀’로 공개경쟁을 거쳐 당 대변인단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달 중으로 대변인 2명과 상근부대변인 2명을 토론 배틀로 선발하겠다”며 “승자는 누구일지 저도 모른다. 피선거권도 없는 20대 대학생이 국회 기자회견장에 서서 당의 메시지를 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도 “토론 배틀 성과는 바른미래당 때 광역비례대표 후보와 대변인 선발에 적용했다”며 “KO승으로 끝나는 경우는 없다. 논리 대결이라는 좁은 경쟁이 아니라 사람의 매력도를 종합적으로 측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방선거 공천 등에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을 적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대표는 “당원들 상호 간에 지식과 지혜를 나누며 훈련된 당원들이 공직 후보자 선거에 나갔을 때 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샐러드 볼’을 예로 들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통합론을 제시했다. 그는 “다양한 사람이 ‘샐러드 볼’에 담긴 각종 채소처럼 고유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며 “비빔밥을 생각하면 된다. 비빔밥이 가장 먹음직스러운 상태는 10가지가 넘는 고명이 각각 먹는 느낌과 맛, 색채를 유지하면서 밥 위에 얹혀있을 때”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한 야권 주자를 향해서도 “그분들의 개성과 삶의 궤적과 철학을 유지한 채로 국민의힘에 합류할 길을 열어드릴 것”이라고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의 당선 자체가 상징적인 변화를 보여줬지만, 너무 급격한 변화는 사고를 낼 수 있다”며 “지도부 내의 다른 의견, 경선 결과와 관련한 당원들의 다른 생각들을 조율하고 절충점을 찾아가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아버지뻘인 문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하거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야 대표 회동을 하는 모습도 조만간 현실화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장남 준용씨는 39세로 이 대표보다 나이가 많고, 송 대표의 장녀도 30세로 알려져 있다.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국민의힘 내부 회의나 전반적인 운영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속 의원 102명뿐 아니라 당무를 보고할 당직자들 대다수가 30대인 이 대표보다 나이가 많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고정관념 속에 하나의 표상을 만들고 그것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며 ‘여성다움’ ‘청년다움’ ‘당대표다움’ 등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자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가수 임재범씨가 부른 ‘너를 위해’ 노랫말을 인용했다. 이 대표는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칠 것”이라며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