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선, 36살’ 이준석 후보가 11일 국민의힘 당기를 건네받아 힘껏 휘둘렀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주요정당에서 30대 당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국민의힘을 강타한 ‘이준석 태풍’이 한국 정치 전반에 거센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 신임 당대표는 이날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43.8% 득표율로 당권을 차지했다. 2위인 나경원 후보(37.1%)보다 6.7%포인트 앞섰다. ‘의원 배지’ 경력이 전무한 ‘도발적’ 젊은 정치인이 도합 18선의 중진 4명을 꺾는 파란을 연출한 것이다. 1970년대 YS(김영삼)·DJ(김대중) 이후 사실상 50년 만의 정치 리더 세대교체라는 평가도 나왔다.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들이 때마침 전면에 등장한 이준석이란 상징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고, 획기적 변화를 원하는 민심의 바람이 당심(黨心)까지 견인한 결과로 분석된다. 정권교체를 위한 보수 지지층의 전략적 투표도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는 70% 반영 비율의 선거인단(당원) 투표에서 37.4%를 얻어 나 후보(40.9%)에게 뒤졌지만,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58.8%를 얻어 나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이번 여론조사는 ‘역선택 방지룰’에 따라 여권 지지자들은 제외한 채 진행됐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우리의 지상과제는 대선 승리”라고 천명했다. 또 이를 위한 변화의 키워드로 ‘공존’과 ‘공정경쟁’을 제시했다. 그는 “다양한 대선주자 및 그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며 “내가 지지하지 않는 대선후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욕부터 하고 시작하는 야만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구상하는 당의 모습을 ‘샐러드 볼’과 ‘비빔밥’에 비유해 설명했다. 조직 전체를 한 데 녹여 ‘원팀’을 강요하는 식이 아니라, 구성원 개인의 가치관이나 능력이 조화롭게 통합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념적 원칙을 앞세우는 ‘586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도 읽힌다.
이 대표는 동시에 “정치하고 싶은 사람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을 비롯한 당직자 선발에서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책 ‘공정한 경쟁’에서 지금의 시대정신으로 ‘실력주의’를 꼽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코드가 맞는 인사들에게만 기회가 열리는 현 집권세력의 방식보다 공정하다는 확신이 우리를 대선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아주 큰 일을 하셨다. 훌륭하다”며 축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일이고, 정치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변화하는 조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대선 국면이라 당 차원이나 여의도 정치에서는 대립이 불가피하더라도 코로나 위기가 계속되는 만큼 정부와는 협조해 나가면 좋겠다”며 협치를 당부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