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겨눈 공수처 ‘직권남용’ 수사 착수

입력 2021-06-11 04:0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윤석열(사진)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윤 전 총장이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상황에서 향후 수사 진행 과정에 따라 적잖은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4일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했다. 앞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 등과 관련해 윤 전 총장 등을 고발했다. 공수처는 옵티머스 사건을 7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감찰방해 의혹을 8호로 입건했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공직범죄사건으로 접수해 직접수사할 필요가 있는 사건을 입건한다고 규정한다.

윤 전 총장 측은 입건 소식에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다. 해당 의혹들이 이미 국정감사 및 윤 전 총장 징계에서 다뤄졌던 만큼 새로 해명할 내용이 없다는 취지다. 공수처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사와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의혹 중 옵티머스 사건은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 중일 때 발생했다. 옵티머스에 투자했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검찰은 2019년 5월 해당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여권은 부실수사라고 질타했다. 윤 전 총장은 “부장 전결 사건이라 아예 보고를 받지 못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전파진흥원은 검찰에 “수사의뢰는 했지만 사실상 돈도 다 받았고 이 정도로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특이사항이 없어 부장검사 전결로 종결한 사건이다. 또 옵티머스 환매 불능 사태는 2020년에 불거졌는데 2019년에 펀드의 문제를 알기는 어려웠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총장 감찰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징계위에서 옵티머스 관련 내용이 다뤄지진 않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보고받지 않은 사실이 명확하니 문제 삼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사건 감찰방해 의혹은 윤 전 총장 징계위에서 다뤄졌는데 지난해 12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결정됐다. 해당 의혹은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검사들에 대한 위증교사 의혹 민원 처리 과정에서 불거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5월 대검 감찰부장이 관련 민원을 감찰3과로 배당하자 인권부로 재배당했다. 윤 전 총장이 징계에서 복귀한 뒤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은 자신이 사건에서 직무배제됐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대검은 그간 사건 배당은 검찰총장의 정당한 권한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민원 등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및 대검 부장 고검장 회의를 거쳐 무혐의 처분됐다.

공수처의 수사 착수를 놓고 법조계에선 고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통상적인 절차라는 해석,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수사로 인한 여권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 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은 윤 전 총장 입건 소식이 알려진 후 일제히 “문재인 정권의 ‘윤석열 죽이기’”라며 여권과 공수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나성원 지호일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