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이른 더위 먹었나… 선발진 ‘뻥’ 뚫렸다

입력 2021-06-11 04:07

빠르게 찾아온 무더위가 지난해까지 6년 연속으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 베어스의 기세를 꺾은 것일까. 두산이 6월로 넘어온 뒤 힘을 잃고 있다.

특히 선발진의 부진이 뼈아프다. 6승(3패)을 쌓고 1점대 평균자책점(1.87)을 기록한 외국인 에이스 워커 로켓이 경미한 무릎 통증으로 열흘간 선수단을 이탈한 상황에서 선발진 공백을 채운 ‘영건’도 잔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다. 시련이 닥친 주말에 싸울 상대는 강한 마운드를 앞세워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 마운드 악재에도 상위권 재도약을 노리는 두산에겐 난적이다.

두산과 LG는 11일부터 사흘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3연전을 펼친다. 잠실구장은 두 팀이 나눠 쓰는 안방이지만, 이번 3연전에서 이닝 말 공격을 펼칠 홈팀은 LG다. 로켓을 쫓아 평균자책점 1점대(1.99)로 진입한 LG 외국인 에이스 앤드루 수아레즈는 지난 5일 KIA 타이거즈와 광주 원정에서 5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7승(2패)을 수확했다. 닷새를 쉰 선발 로테이션상 두산을 상대로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다.

두산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 3차례 준우승을 거둔 저력의 강자다. 1994년을 마지막으로 지난해까지 26년간 우승하지 못한 LG와 다른 행보를 펼쳐왔다.

올해 두 팀의 상황은 다르다. 두산은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최주환(SSG 랜더스)을 빼앗긴 반면, LG는 지난해 15승(7패)을 수확한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붙잡고 수아레즈를 영입해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외국인 자원만 놓고 보면 10개 구단 중 어디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LG는 수준급 라인업을 완성했다.

그 결과로 LG는 페넌트레이스 전체 일정(팀당 144경기)의 35%를 넘긴 시점까지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5위 문턱에서 머물며 종종 상위권으로 반등하는 두산과는 대조적이다. 올여름 첫 ‘잠실 더비’에서 두산의 고전이 예상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두산 선발진은 핵심 전력이 이탈하는 악재까지 맞았다.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LG와 3연전 첫 경기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됐던 로켓은 무릎 통증 회복을 위해 열흘간 결장이 예정돼 있다. 오는 19일에야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로켓의 대체 선수로 올해 롱릴리프로 활용한 불펜 박종기를 지목하고 있다.

전력에서 이탈한 선발 자원은 로켓만이 아니다. 김 감독이 ‘영건’으로 차출한 곽빈은 손톱이 깨져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올해 1년간 FA 계약을 맺은 베테랑 유희관은 2승 4패 평균자책점 8.45의 부진한 기록을 남긴 채 2군으로 내려갔다. 시즌 초반 2군으로 내려가 기량을 재정비하고 최근 1군으로 돌아온 이영하는 9일 부산 원정으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한 복귀전에서 3⅔이닝 동안 6실점하고 무너졌다. 팀이 14대 8로 승리하면서 패전만은 면했지만, 선발 로테이션을 지탱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정상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선발 자원은 6승 무패의 최원준(평균자책점 2.40)과 외국인 아리엘 미란다(5승 3패·평균자책점 3.09) 정도다. 두산 관계자는 “선발진 공백을 채우기 위해 코칭스태프가 대체 선수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