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34회 6·10 민주항쟁 기념일인 10일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 들어서는 민주인권기념관을 소개하며 “다시는 국가폭력이 이 나라에 들어서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1987년 1월 22살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졌던 옛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자리에 역사적인 민주인권기념관을 착공한다. 민주와 인권의 기둥을 우뚝 세우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시 경찰은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으로 수배된 선배의 행방을 박 열사에게 추궁하며 고문을 가했고, 이 과정에서 박 열사는 사망했다. 박 열사의 죽음은 6·10 민주항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문 대통령은 “젊고 푸른 꽃들이 진 자리에 맺힌 민주주의의 열매가 참으로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며 “많은 분들의 희생 위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게 됐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10 민주항쟁의 정신은 미래세대로 계승돼야 할 고귀한 자산”이라며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실천하고 계신 국민들께 한없는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서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 말미에는 민주인권기념관 착공식이 거행됐다. 김부겸 국무총리 등은 대공분실 건물 전면에 ‘역사를 기억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민주인권기념관’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착공 의례를 했다. 정부는 총 사업비 420억원을 들여 이곳을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공간으로 바꿀 예정이다. 기념관은 2023년 6월 개관한다.
기념식에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민주화·인권 운동가 29명이 포상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해 민주주의 발전 유공 부문을 신설해 19명을 포상했지만 올해는 국민훈장 모란장 25명, 국민포장 3명, 대통령표창 1명 등으로 포상 대상을 대폭 늘렸다.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상임고문 등에게 모란장이 추서됐다.
김 총리는 기념사에서 “아직도 국가 폭력에 입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분들도 계신다.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죽음들이 있다”며 “완전한 명예회복의 날만을 기다린 분들의 응어리진 가슴을 이제는 풀어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남도는 이날 충남학생교육문화원에서 민주항쟁 기념식을 열고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겼다. 부산시교육청도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6·10 민주항쟁에 대해 토론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