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이 유행했던 중학교 때 몸이 아파 학교에 못가고 혼자 집에 있다가 기절하고 쓰러졌다. 한참 만에 깨어보니 햇볕이 쨍쨍 쬐는 마당에 혼자 누워 있었다. ‘아, 세상은 결국 혼자 살아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제자매도 각자의 생활에 바빴고, 단짝 친구도 없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냈다. 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 진학했다. 2학년 올라가며 실업계를 선택했고, 1등으로 졸업해 추천으로 은행에 취직했다. 모두들 부러워했지만 실적 부담의 심한 스트레스로 2년 만에 은행을 그만두고 대학에 들어가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공무원 시험을 3번이나 합격한, 의지가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사람을 만나 7년간의 달콤한 연애 끝에 결혼했다. 첫 아이를 낳은 후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겠다고 해 그냥 그러라고 했다. 뜻대로 합격한 남편이 먼 곳에서 1년간 교육을 받게 되자 생계를 위해 6개월 된 딸을 야간 어린이집에 맡기고 학원강사를 시작했다. 힘들었지만 아무 불평 없이 ‘사는 게 이렇구나, 이게 그냥 내 삶이구나’ 했다. 둘째가 만삭일 때 남편이 해외연수 갈 기회가 왔지만 내 눈치를 봤다. 나는 또 그냥 쿨하게 가라고 했다.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며 마음이 무뎌지고 허전함과 외로움이 몰려와 뿌리 없이 죽어가는 나무토막처럼 지냈다. 텅 빈 마음을 견딜 수 없어 교회에 나가려 했지만 남편이 반대했고, 그 무렵부터 남편과 마음의 벽을 쌓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하니 TV만 보거나 자다가 허겁지겁 출근했고 아이들에겐 짜증만 냈다.
때마침 학원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찾아왔다. 그런데도 어느 날부터 원장님은 예수님을 마음에 주인으로 영접했다며 기쁘게 살았다. 원장님을 따라 작은교회 예배에 참가했다. ‘세상은 어둠이고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복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세상을 왜 어둠이라고 하지.’ 납득할 수 없어 고민하는데 ‘빛이 세상에 왔으되 사람들이 자기 행위가 악하므로 빛보다 어두움을 더 사랑한다’는 말씀을 했다. 순간 마음에 예수님을 두기 싫어 세상 욕심을 좇아 산 내 실상이 보였다.
그러다 죽음이 실제가 되는 일이 일어났다. 임종 전의 시어머니와 단둘이 하루를 지낼 시간이 있었지만 복음은 한마디도 전하지 못했다. 그 시간은 영영 다시 오지 않았고 뒤늦게 후회했지만 소용없었다. 예수님의 죽음 앞에 두려워 도망갔던 제자들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순교한 제자들의 삶을 통해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셨지만 그래도 나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난 이대로 살래요. 내 인생은 내 것이니 예수님은 그냥 예수님 일하세요’ 하는 내 악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마침 기도 중에 ‘내가 너를 살리려고 죽고 부활했다. 그런데도 내가 너와 상관없느냐’고 예수님이 물으셨다. ‘죄송합니다, 예수님. 제가 예수님을 믿지 않았어요.’ 엎드려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혼자가 편하다는 생각에 ‘너는 너, 나는 나’ 하며 선을 긋고 살았지만 ‘나는 너, 너는 나’가 되며 남편과 아이들, 공동체 지체들과 마음과 삶을 나누게 됐다. 관계 맺기 불편했던 사람들도 내가 사랑하고 살려야 할 귀한 영혼들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영혼을 사랑하며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는 것뿐이다.
장영옥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