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작업 중 5층 건물 와르르… 차량 덮쳐 9명 사망·8명 부상

입력 2021-06-10 04:07
9일 오후 4시23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의 노후 건물이 철거작업 도중 붕괴돼 건물 잔해가 도로 위 시내버스를 덮쳤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광주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짜리 상가 건물이 무너지면서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붕괴된 건물 잔해가 남아 있어 추가 매몰자가 나올 수도 있다.

9일 오후 4시 23분쯤 광주 동구 학동 주택재개발 제4구역 공사현장에서 철거중이던 10여m 높이의 5층짜리 건물이 갑자기 붕괴되면서 바로 앞 도로를 지나던 54번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쳤다. 버스와 승용차는 건물이 갑작스레 무너지면서 미쳐 피할 길도 없이 그대로 건물 잔해에 깔렸다. 사고가 나자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의 신고가 119에 잇따라 접수됐고, 구조대가 즉시 현장에 도착해 매몰됐던 8명을 구조했다. 사망자는 모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건물더미에 파묻힌 시내버스 승객들이었다. 평온한 마음으로 시내버스 창밖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10대 남자 청소년 1명이 미처 꽃피우지 못한 젊은 생을 마감했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자녀를 뒀을 법한 30~40대 여성 2명과 황혼기를 맞은 60~70대 어르신 6명도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숨지는 불행을 당했다.

철거작업을 하던 10여명의 근로자들은 건물에 금이 가는 듯한 “우지직” 굉음을 듣고 대피해 다행히 희생되지 않았다. 중상자 8명은 현재 전남대병원과 기독병원에 각 3명, 조선대병원 1명, 동아병원 1명 등 4개 병원에서 분산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청은 “사망자는 없고 중상 4명, 경상 4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는데 사고 3시간을 넘긴 오후 7시를 전후해 무너진 건물잔해에서 숨진 5명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480여명의 인력과 60여대 장비를 투입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사고원인 조사에 나선 광주경찰청은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철거업체의 안전수칙 준수 및 안전장치 설치여부, 업무상 과실 등을 철저히 규명하기로 했다. 10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김부겸 국무총리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신열우 소방청장에게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신속하게 매몰자를 구조하고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