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1순위’ 이재명, 경쟁자 실명 거론 ‘기본소득’ 반박

입력 2021-06-10 00:03
권현구 기자

여야를 불문하고 대권 경쟁주자들의 ‘견제 1순위’로 지목된 이재명(사진) 경기지사가 당내 대권주자들의 기본소득 비판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간 오세훈 서울시장 등 주로 국민의힘 인사들과 기본소득 논쟁을 벌이던 이 지사가 당내 경쟁자들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반박에 나선 건 처음이다. 여권 내 경쟁주자들이 동시에 경선연기론과 개헌 등을 들고 나오며 합동 견제하자 정책공약 논쟁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9일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 비판에 대한 반론’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여권에서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답을 드리는 것이 도리”라며 제기된 지적에 대한 반론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우선 “기본소득에 투입되는 연 300조원은 국가예산의 절반으로 현실성이 없다”는 이낙연 전 대표의 비판을 언급하며, 기본소득 추진 단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1인당 50만원을 연간 2차례 지급하는 ‘단기’는 소요재원 25조원을 예산 절감으로 확보할 수 있고, 연간 4차례 지급하는 ‘중기’에도 추가 재원 25조원을 조세감면 축소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가 말한 연 300조원에 대해 “월 50만원 지급하는 최종목표 달성 시 필요예산이므로 현 예산과 비교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가성비 문제’에 대한 반론도 이어졌다. 이 지사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1인당) 연 50만원 (지급)은 중장기 정책의 단기목표일 뿐이고, 대다수 국민에게는 목숨이 오갈 큰 돈”이라고 맞받았다. 앞서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은 연 50만원의 기본소득이 월 4만원에 불과한 점을 지적하며 소요 재원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었다. 기본소득 전면실시 대신 시범실시해야 한다는 이 의원의 다른 지적에 대해 이 지사는 “공감한다”며 기본소득 정책이 점진적 추진 대상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이 지사가 기본소득 논쟁 전선을 당내 경쟁자들에게까지 넓힌 이유는 최근 다른 주자들의 행보에 대한 반작용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등이 개헌과 경선연기론을 이슈로 이 지사를 견제하고 나선 데 대한 방어라는 것이다. 경선연기론에 부정적인 이 지사는 개헌 의제 역시 후순위로 미뤄두고 있다. 이 지사가 타 후보들에 비해 정책분야에서 선명한 공약들을 이미 선점한 만큼 본인에게 유리한 판으로 경쟁을 끌고 오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당분간 민주당 내 기본소득 논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정 전 총리는 “기본소득을 민주당 당론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인지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 지사를 겨냥했다. 이어 “재원 대책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이고 소득 불평등 완화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며 ‘가성비 논란’을 재차 강조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적 지향이 같은 당내 분들도 반대인 것 같은데, 모두가 반대할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