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 10% 오르면 소비자물가 최대 0.2% 상승”

입력 2021-06-10 04:05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국제 원자재가격이 2002~2011년 3차 ‘슈퍼사이클(상당 기간에 걸쳐 상승, 하락을 반복하는 현상)’ 저점에서 반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배경 및 국내경제에 대한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원자재 가격은 중국의 원자재시장 비중 확대로 인해 발생한 3차 중기 슈퍼사이클의 저점 수준에서 반등하고 있다. 2019년 평균 대비 지난달 목재 값이 301.3% 폭등한 것은 물론 철광석(129.1%), 옥수수(81.9%), 구리(68.8%), 알루미늄(35.6%), 니켈(26.3%) 등 모든 원자재가격이 급등했다. 이대로 상승세가 지속한다면 4차 슈퍼사이클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경기회복과 원자재 공급 차질, 투기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가장 최근 사이클 저점에서 소폭 반등을 시작했다”며 “다만 글로벌 친환경 산업의 성장 속도와 증산 등으로 인한 공급 차질 해소 여부 등 불확실성도 높아 현시점에서 슈퍼사이클 진입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은 만약 국제 원자재 가격이 10% 정도 추세적 상승한다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도 네 분기 후 최대 0.2%(전년 동기 대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일시적 상승에 그친다면 물가 상승률은 0.05%에 그칠 전망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중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9.0%를 기록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 비용은 99.1%, 금속 제련 및 압연 가공 비용은 38.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국제 원유, 철광석, 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국내 수요가 회복되면서 공산품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PI는 기업 간 1차 거래 단계에서 작성되는 지수로 상품과 서비스의 수급 동향이 반영돼 물가 변동을 예측할 수 있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수출국이기도 한 중국의 물가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이날 화상 긴급 회의를 소집해 민생 관련 상품의 가격 안정을 주문했다. 발개위는 지난달 주요 원자재 업체 대표들을 불러 현물 및 선물 시장에서의 독점 행위, 투기, 사재기를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경고했었다.

강준구 기자,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