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향한 발걸음이 코로나19 덫에 걸리며 늪에 빠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1881달러(3762만원)를 기록하며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2017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지만 4년째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다만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GNI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도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19년 국민계정(확정) 및 2020년 국민계정(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가 전년 대비 1% 감소하면서 2019년(-4.3%)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이는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0.9%를 기록하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간소비(-5%), 수출(-1.8%)은 각각 1998년(-11.9%)과 1989년(-3.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코로나19 쇼크와 경기 부진이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발목을 단단히 잡은 셈이다.
과거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통상 국민소득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는 데에는 평균 4.32년, 인구 1000만명이 넘는 국가의 경우 4.9년이 소요됐다. 그런 면에서 보면 4년째 3만 달러 초반, 그것도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뼈아픈 악재다.
다만 한은이 이날 같이 발표한 ‘1분기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1분기 GNI는 473조8000억원으로 전기대비 2.4% 증가했다. 2016년 1분기(2.9%)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실질 GDP도 1.7% 성장하면서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올라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원화가 큰 폭의 약세만 보이지 않는다면 GNI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은이 2019년과 지난해,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절한 것을 두고 “‘트리플 레벨업’을 달성했다”며 환영했다. 그는 “2020년 이후 성장률 상향 조정은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생각보다 강한 반등을 이루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그간 재정과 수출이 경제 버팀목이었다면 앞으로 내수가 성장을 견인하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내수 활성화 대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