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아닌 ‘포용력 있는 신앙의 선배’ 교회엔 없을까

입력 2021-06-10 03:02
배우 윤여정이 지난 4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 MZ세대(1980~2000년대생)에서 ‘할매니얼’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신조어인 할매니얼은 할머니의 방언인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의 합성어로 젊은 세대들이 ‘할머니들이 좋아할 만한’ 식성, 스타일 등에 맞게 소비하는 문화를 뜻한다.

할매니얼의 사례로 카페의 인기 메뉴인 인절미 케이크, 검은깨 커피, 쑥을 넣은 밀크티 등을 들 수 있다. 생활한복을 만들고 입는 청년도 늘고 있다. 일상에서 입어도 불편하지 않고 무엇보다 ‘힙하다’는 이유로 인기가 높다.

문화선교연구원(문선연·원장 백광훈 목사)은 최근 홈페이지에서 할매니얼 열풍을 소개하며 한국교회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문선연 연구원 임주은 전도사는 ‘할매니얼 열풍(뉴트로, K할머니, 도전과 소통)’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 사회에서 할매니얼이 하나의 신드롬으로 자리 잡았고 솔직하고 거침없는 ‘K할머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젊은 세대가 어른 세대를 무조건 ‘꼰대’ 취급하며 소통의 문을 미리 닫는 문화도 있지만, 멋지고 힙한 시니어의 모습에 감동하고 환호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할머니 중심엔 최근 ‘새비지 그랜마(Savage grandma·거침없이 솔직한 할머니)’란 별명을 얻은 배우 윤여정이 있다. 지난 4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은 연기력뿐 아니라 꾸밈없고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전 세계 네티즌들의 인기를 얻었다.

임 연구원은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하는 MZ세대에게 윤여정의 솔직함이 와닿았다”며 “솔직하지만 결코 자기주장만 강요하지 않고, 입담이 뛰어나지만 가르치려 하지 않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젊은 세대에게 감동을 줬다”고 평했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2019년 발간한 책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의 표지. 위즈덤하우스 제공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도 인기 있는 K할머니 중 한 명이다. 식당을 운영하며 어렵게 가정을 이끌던 할머니는 치매 위험 진단을 받고 하던 일을 그만둔 뒤 손녀와 호주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손녀가 찍은 할머니의 해맑은 영상이 관심을 받았고, 할머니는 1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됐다.

유튜브 '밀라논나'를 통해 패션과 인생 이야기를 전하는 유튜버 장명숙씨. 유튜브 캡처

68세 패션컨설턴트 장명숙씨는 이탈리아어로 ‘밀라노 할머니’란 뜻의 ‘밀라논나’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그는 구독자 80만명이 넘는 유튜브를 통해 패션뿐 아니라 인생 이야기를 젊은이들에게 전한다.

한국교회는 할매니얼 열풍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임 연구원은 “MZ세대는 옛날 시대와 비교하며 권위적으로 가르치려는 어른들의 소통 방식에 지친 것일 뿐 그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지 모른다”며 “자신과 다른 모습, 가치관을 가진 이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다른 어른’을 보며 희망을 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Z세대가 의지하고 싶은 어른을 찾는 현상은 교회 안에서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많은 청년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신앙과 삶에 대해 솔직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강요하지 않고, 이 시대 청년의 다양한 삶을 인정해주고 공감해줄 신앙의 선배를 만나길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