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을 자체 조사한 경찰이 9일 외압이나 윗선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 A경사가 사건 발생 한 달여가 지난 지난해 12월 말 언론에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블랙박스 영상 존재에 대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을 비롯해 A경사의 상급자였던 당시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형사팀장 등 총 91명을 조사해 사건 처리 과정에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 살폈으나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전 차관과 서초서 관계자 등의 통화내역 8000여건 분석, 휴대전화·사무실 PC 디지털포렌식, 폐쇄회로(CC)TV 확인 등에서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시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팀장의 보고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감찰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 전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이후 진상 파악 과정에서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윗선에 허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처분 과정이 당당했다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청와대를 비롯해 모든 정부 기관이 예의주시했던 공수처장 후보감이 사고를 쳤는데 처음부터 이를 상급기관인 서울청에 보고하지 않았고, 이후 진상 파악 과정에서조차 허위 보고를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해당 사건은 경찰청 훈령 범죄수사규칙상 보고 대상 사건이다.
경찰은 지난해 말 언론 보도로 의혹이 불거지자 올 1월 서울청에 진상조사단을 설치해 4개월여간 감찰과 수사를 병행한 자체 조사를 벌여 왔다. 그리고 내놓은 결과가 이렇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영역이 커진 경찰이 이런 식으로 사건 처리를 한다면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받겠는가. 이 전 차관 사건 처리나 진상 파악 과정, 이후 진상조사까지 경찰은 엉터리였다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설] 이용구 사건에 외압·윗선 개입 없었다는 경찰 못 믿어
입력 2021-06-1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