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블루 시그널] 지지목과 우재가 절실하다

입력 2021-06-10 03:03

한동안 한반도에 핵우산이라는 말이 많이 쓰였다. 북한의 핵을 방어하기 위해서 핵우산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산하면 영국신사가 생각이 날 것이다. 영국은 유난히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국 사람들은 예로부터 우산을 많이 들고 다녔다. 그래서 롱코트에 우산을 들고 다니는 모습으로 인해 영국 신사라는 말이 나왔다.

한국교회도 큰 우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산이 우산 되기 위해서는 먼저 우산을 받쳐주는 우산대가 견고해야 한다. 또한 우산대를 중심으로 해서 우산을 받쳐주는 살대도 튼튼해야 한다. 그래야 폭풍우가 오고 비바람이 불어도 우산이 부러지지 않는다.

지금 반기독교 세력의 폭풍을 맞고 있는 한국교회도 튼튼하고 거대한 우산이 필요하다. 아니, 우산을 넘어 거대한 지붕이 필요하다. 큰 지붕이 있기 위해서는 든든한 지지목이 필요하다. 나는 언제부턴가 지산(池山)이라는 아호를 썼다. 워낙 산을 좋아해서 은퇴를 하고 나면 조그마한 저수지가 있는 산에 별장을 짓고 살고 싶어서 지산이라는 호를 썼다. 나는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지산의 삶을 그리워하고 동경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호를 바꾸었다. 바꾼 아호는 우재(宇材)다. 우재란 작게는 집을 버티는 기둥이지만 크게는 주님의 몸 된 교회나 하나님 나라의 집을 받치는 기둥을 말한다. 요즘 한국교회는 지지목이 약했다. 지지목 혹은 우재 같은 리더십이 실종된 것이다. 각자 산발적으로 한국교회를 세우고 지킨다고는 했지만 서로 힘을 모으지 않고 분열하면서 기둥이 흔들리고 비틀거리고 있다. 공동체란 나누기는 쉬워도 합치기는 힘들다.

과연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하나 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반드시 하나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만큼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분열되어 선제적, 자율적 방역을 하지 못했다. 또한 원 리더십, 원 메시지를 내지 못하면서 예배의 주도권을 정부에 빼앗김으로써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렀는가. 이처럼 뼈아픈 상처와 고통을 받고서도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 되지 못한다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앞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고, 그렇지 않아도 비틀거리고 쓰러져가는 한국교회를 향해 더 가혹한 폭풍이 불어올 수 있다. 이제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무조건 하나 되어서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새롭게 행진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연합을 위한 헌신자가 필요하다. 한국교회를 지키고 떠받치는 우재와 같은 지도력을 발휘하는 지도자들이 생겨나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같이하고 손을 잡아야 한다.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오해와 공격의 화살을 맞을 수도 있다. 또한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길이 없어도 걸어가면 길이 열리고, 길이 막히면 담쟁이가 되어 담을 넘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한국교회를 위한 큰 우산이 펼쳐질 것이고 거대한 집도 지어질 것이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 되어 큰 집을 짓고 거대한 우산을 펼치면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반기독교 악법과 생태계 파괴의 공격 속에서도 우리의 후배들이 안전하게 목회를 잘하고 교회를 부흥시키는 역사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놓은 큰 지붕 아래서 다시 한번 교회가 부흥되고 한국교회의 전성기를 또 한번 맞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 되는 대역사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함께 응원하고 힘을 모으는 지지목들의 역할이 절실하다. 우산이 아무리 커도 각각의 살대들이 제 역할을 하면 중심과 균형을 잃지 않는다.

한국교회도 연합기관이 반드시 하나 되어 원 리더십, 원 메시지를 내며 큰 우산을 펼칠 수 있도록 서로 살대가 되고, 지지목이 되고, 우재가 되어 힘을 모을 때이다. 작은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푸른 강물을 이루고, 모래 한 알 한 알이 모여 은빛 사막을 이루며, 별 하나하나가 모여 은하수를 이루듯, 꽃송이 하나로도 봄이 오듯이 말이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예장합동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