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넘버2’ 방향은 맞는데 변수가 많네… 탑승구 앞 멈칫하는 尹

입력 2021-06-09 04:03
연합뉴스

정치활동 결심을 굳힌 윤석열(사진)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탑승구 앞에서 고심하고 있다. ‘백넘버 2번을 달고 대선을 뛴다’는 방향은 정했지만, 최종 승차를 망설이게 하는 변수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의 주변에서는 보수야당 직행이 대선 길을 넓히는 데 득보다 실이 많고, 자칫 당내 견제로 불필요한 정치적 상처만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국민 실망 안 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 측근은 8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나 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고 거듭 말했다. ‘6·11 전당대회 직후 등판설’에 선을 그은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다들 급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대선까지는 꽤 긴 시간이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조급하게 달려들기보다는 최대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근 윤 전 총장 지인들 사이에서는 국민의힘 특정 당대표 후보들의 태도나 발언에 대한 불만 기류도 흐른다. 이준석 후보의 경우 윤 전 총장 행보를 두고 ‘버스 정시출발론’에 화답했다거나, “‘대선 버스’가 출발하는 8월 중순까지 결심하지 못한 후보를 기다려야 하는지 물음표”라고 말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의 한 지인은 “꽃가마를 바라지는 않지만, 고압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식이면 곤란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른 지인은 “국민이 가리키는 쪽으로 당당하게 걸어가겠다는 게 윤 전 총장 뜻”이라며 “정치 활동 선언도 안 했는데, 입당 압박에 서둘러 ‘알겠다’고 하는 건 윤 전 총장 캐릭터와도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 참모진도 국민의힘 조기 합류를 만류하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한다. 보수 제1야당 틀에 갇히면 외연 확장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당내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입당하면 내부 경쟁 후보들의 집중 견제 속에 대선 경쟁력만 하락할 수 있다는 조언도 주변에서 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이 “지금 지지율은 국민의힘 후광이 아니라,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바람과 요구의 결과”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전 총장도 주변에 “내가 정치인 보고 정치를 하나. 국민 바라보고 정치하려는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안에 들어가면 진영과 영역이 결정돼 버린다”며 “본인도 벌써부터 보수우파 후보로 한정 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제3세력화가 아닌 정당 플랫폼을 통해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상황이라 결국은 국민의힘과 손을 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윤 전 총장은 9일 서울 남산예장공원에 문을 여는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4·7 보궐선거 사전투표 이후 두 달여 만의 공개 행보로, 공식 행사 참석은 지난 3월 검찰총장 퇴임 후 처음이다. 행사를 전후해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지호일 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