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가 경선연기론과 개헌론을 외치며 연일 합동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지지율 1위의 이재명 경기지사에 맞서 2, 3위 후보들이 본격적인 합종연횡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이 역전 하한선으로 평가되는 지지율 15%선을 탈환할 때까지 당분간 반(反)이재명 연합의 공생관계는 공고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8일 나란히 개헌론을 띄웠다. 전날 경선연기론을 꺼낸 지 하루 만이다. 개헌론은 대권 주자들이 국면전환을 위해 꺼내는 승부수로 꼽힌다. 일단 논의에 불이 붙으면 다른 모든 이슈는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만큼 파급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가는 것이 좋겠다”며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론을 주장했다. 그는 “만약 제가 다음에 대통령이 되고, 4년 중임제 개정에 성공한다면 임기를 1년 단축할 용의가 있다”며 “대통령은 외교·안보, 국방 등 외치를 책임지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가 내치를 책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도 개헌을 강조했지만 권력구조가 아닌 기본권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 빌딩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행 헌법상 선언적으로 규정된 토지공개념을 실질화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자산소득 격차의 확대를 막기 위해 토지공개념이 확대돼야 한다”며 “토지공개념의 내용과 의미를 헌법에 담아 택지소유상한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을 입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개헌 추진 시점에 대해서는 서두르겠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내년 3월 9일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같이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이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이 임기 시작과 함께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 지사는 “민생이 우선”이라며 개헌론에 거리를 두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18일 개헌을 “경국대전을 고치는 일”에 빗대며 “국민의 구휼미, 띠집(풀로 지붕을 만든 집)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공동전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날 경선연기론을 공론화하며 이 지사를 압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 전 총리가 “백신 접종을 고려해 경선 시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사실상 당 지도부에 연기를 요청하자 이 전 대표도 “경선은 본선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날도 “당헌·당규에 보면 경선 연기 규정이 있으며 절대 불변은 아니고 필요하면 고칠 수 있다”며 재차 연기를 촉구했다.
그러자 이 지사 측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경선을 두 달 미룬다고 방역 염려가 사라지고 흥행에 성공할 거라는 것은 불확실한 희망사항”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앞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향해서도 협공을 펼쳤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한 토론회에서 “기본소득은 시기상조이고 과제가 많다”며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도 지난달 3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기본소득은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평가절하했다. 당시 이 지사는 맞불을 놓는 대신 야권의 오세훈 서울시장을 공격하며 간접적인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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