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연구소가 지난해 코로나19의 중국 우한연구소 유출설에 대해 가능성이 있고 더 조사할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미 정부 산하 캘리포니아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연구소 내 기밀 그룹 ‘Z 부서(Z division)’에 속한 연구진은 지난해 5월 27일 작성한 보고서를 극비사항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Z 부서 연구진은 바이러스의 유전적 구성을 분석해 바이러스가 어떻게 확산했는지 등 코로나19에 대한 유전학적 분석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연구 결과는 미 국무부가 진행하는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조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WSJ는 국무부 관료들이 2020년 10월 말 이 연구를 확인하고 더 많은 정보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WSJ는 국무부 소속 전직 관계자를 인용해 “공신력 있는 연구소의 결론이고 바이러스가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처음 전파됐다는 지배적 견해와 달라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정보기관의 검토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 의회에서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연구 결과가 최초로 보고된 이후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하고 있는 미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의 공화당 위원들은 연구소장인 킴벌리 부딜 박사에게 이 문제에 관해 기밀 브리핑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WIV)에서 코로나19가 유출됐다는 가설은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정보기관들에 코로나19 기원에 대해 90일 이내 보고하라고 지시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정보기관들이 코로나19가 동물을 통해 전파됐는지 혹은 실험실 사고로 유출됐는지 등 두 가지 시나리오에 집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4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유행병을 예방하려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철저히 수행하기 위한 충분한 접근권이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이 지난 3월 중국과 공동으로 발표한 ‘박쥐에서 다른 동물을 거쳐 인간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의 신뢰성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WIV는 박쥐의 코로나19와 관련한 원자료, 실험실 기록 등을 공유하지 않았다. WHO 조사팀은 연구소 유출 가능성에 대해선 “극히 희박하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WHO는 이날 중국에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중국을 어떻게 더 개방적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WHO는 누구에게도 강요할 힘이 없다”고 답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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