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 의원 12명 무더기 방출 … 부끄러운 투기 공화국

입력 2021-06-09 04:01
더불어민주당이 8일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 10명에게 탈당을 권유하고, 비례대표 의원 2명은 출당 조치키로 했다. 비례 2명은 의원직이 유지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들과 그 가족들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대상자는 김한정 의원을 비롯해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을 받고 있는 3명, 윤미향 의원 등 부동산 명의신탁 혐의가 있는 4명, 우상호 의원 등 농지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 5명이다. 최종 수사 결과까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중진 의원부터 시민단체 출신 정치 초년생까지 두루 명단에 포함된 걸 보니 우리 사회에 투기가 얼마나 만연돼 있는지 미뤄 짐작케 한다.

여당이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건 나름대로 엄중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의원 12명을 무더기 방출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다만 12명을 모두 자진탈당 또는 출당 형식으로 내보내기로 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일부 의원들에 대해선 당 차원에서 조사를 더 진행해 혐의가 짙을 경우 일벌백계 차원에서 제명 등 더 강력한 조치를 취했어야 옳다. 특히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심각한 범죄 행위로 자진탈당과 같은 명예로운 방식으로 방출할 사안은 아닐 것이다. 가뜩이나 여당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가 위원장으로 있는 권익위에서 내놓은 조사 결과를 두고 ‘면죄부 조사’ ‘셀프 조사’라는 지적이 있어 왔는데, 더 적극적인 징계 의지를 보여줬으면 나았을 것이다. ‘탈당 권유’는 앞서 “투기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는 등 엄격한 윤리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한 송영길 대표의 약속과도 어긋난다.

민주당은 그나마 권익위에라도 투기 의혹 조사를 맡겼지만 102석의 국민의힘은 아직 어떤 조사도 받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이날 뒤늦게 감사원에 소속 의원들의 투기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했지만 여당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감사원이 행정부 소속이 아닌 국회의원을 조사할 수 없다”면서 또 다른 시간끌기 꼼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그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속히 제3자가 진행하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그 어떤 엄정한 조사도 받을 용의가 있다면 오히려 민주당 출신이 수장인 권익위에 조사를 맡기는 게 가장 떳떳하지 않겠는가. 이틀 뒤 선출될 국민의힘 당 대표가 취임 즉시 투기 의혹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