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교회가 녹색 생명 물들이자”… 생태적 회심 필요

입력 2021-06-09 03:02
장윤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가 8일 서울 종로구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에서 교회의 생태적 전환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하나님 창조세계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생태적 전환을 이루는 교회가 되자는 호소가 이어졌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교회의 탈탄소 실천을 위한 구체적 동참 방법도 공유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사회봉사부는 8일 서울 종로구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에서 제105회기 생태정의포럼을 열었다. 신정호 예장통합 총회장은 지난 6일 ‘경건 절제 및 환경주일’을 맞아 전국 교회에 보낸 목회 서신에서 “그동안 우리는 기후위기를 가져온 탄소를 거리낌 없이 배출했다”며 “우리가 가진 탐욕으로 인해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세계에 기후위기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분별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신 총회장은 “창조세계를 온전히 돌보지 못했음을 마음 아프게 회개해야 한다”면서 “짙은 회색이 가득한 창조세계에 이제 교회가 녹색 생명을 물들이는 사명을 감당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포럼에선 장윤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가 ‘교회의 생태적 전환’을 주제로 강의했다. 장 교수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격언을 소개하며 “그리스도인은 말씀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해석하게 되므로 성경에 있는 그대로 창조세계 보전을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창세기 1장에는 일곱 번에 걸쳐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말씀하고 있으며 그리스도교는 창조세계에 대한 긍정에서 시작한 종교”라며 “하나님의 선한 창조를 기억하는 것이 신앙의 핵심이고 생태적 회심은 하나님 지으신 세계를 아름답게 대하겠다는 다짐”이라고 말했다.

생태신학이 20세기 들어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고 초대교회 당시부터 지속해 왔음도 얘기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고후 5:17)임을 강조한 이레네우스의 만물의 갱신부터, 만물의 회복을 이야기한 오리게네스, 만물의 평등을 외친 성 프란체스코, 계속적인 창조를 언급한 마르틴 루터, 하나님의 궁전을 강조한 장 칼뱅 등을 사례로 들었다. 장 교수는 창세기 9장 노아의 방주 이후에 맺은 새 언약도 “말씀 그대로 보면 ‘나(하나님)와 너희(인류)와 및 너희와 함께하는 모든 생물 사이에 세우는 언약’이라고 돼 있다”면서 “인류뿐만 아니라 육체를 가진 모든 생물 사이의 언약이란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이 온 우주를 만든 사랑을 인본주의적으로 축소해 인간이 창조세계를 마구 파괴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이진형 목사는 기후위기 현황을 설명하며 창조세계 회복을 위한 탄소배출 줄이기 교회 실천 방안을 설명했다.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 캠페인’으로 명명된 프로그램은 메탄 등 온실가스가 많이 나오는 육식 대신 채식을 권장하는 기후 미식,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교회의 햇빛발전소 등을 권한다. 이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기후위기 극복에 모범이 된다면 다시 한번 빛과 소금의 역할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