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장으로 치닫는 ‘국힘’ 전당대회 이러고도 지지 바라나

입력 2021-06-09 04:02
새 지도부를 뽑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열기가 뜨겁다. 전체 득표에서 70%가 반영되는 선거인단 모바일 투표가 시작되면서 후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내년 최대 정치행사인 20대 대통령선거를 관리하고 지휘하는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당대회인 만큼 그런 건 당연하다 하겠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데도 유리하다. 적어도 흥행면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성공작이라는 평을 들을 만하다.

그러나 내용면에선 낙제점에 가깝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최대 요인은 이른바 이준석 바람에 있다는 데 거의 이견이 없는 듯하다. 당내에서도 그렇다. 문재인정부에 실망하고, 정치의 세대교체를 갈구하는 밑바닥 여론이 분출해 나타난 현상이다. 이준석 후보를 제외한 4명의 대표 후보들은 일정 부분 이준석 현상을 수긍하면서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저마다 자신이 적임이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표 경선은 세대교체 대 경륜정치의 치열한 경연무대가 돼야 마땅한데 지금까지의 과정은 영락없는 진흙탕 속 개싸움이다. 미래를 향한 비전 제시는 찾을 수 없고 제 살 깎아먹기 식 흠집내기의 연속이다.

특히 여론조사 1, 2위 이준석 나경원 후보 사이에 오간 최근의 언행은 도저히 같은 당 당원의 공방으로 보기 어렵다. 당외 인사에 불과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거취를 둘러싼 공방이나 당원 명부 유출을 둘러싼 두 사람의 설전은 치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지켜보는 국민에게 ‘국민의힘 수준이 고작 그 정도냐’는 인식만 각인시킬 뿐이다.

대표 경선이 이처럼 네거티브 일변도로 흐른 데는 이 후보의 책임 또한 작지 않다. 새정치를 말하면서 하는 행동은 그가 혁신의 대상으로 삼은 기성정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이가 젊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후보와의 차별성을 찾기도 어렵다. 경선이 끝까지 인신공격성 막장극으로 치달을 경우 누가 대표가 되든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보다 높은 지금의 지지율이 국민의힘이 잘해서 그런 게 아님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