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지금은 견디는 게 이기는 겁니다

입력 2021-06-10 03:08

저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리운전 업계에도 불황의 그늘을 짙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초저녁부터 늦은 새벽까지 열심히 호출을 수행해도 코로나19 이전 수입의 절반도 못 채우니 대리기사님들의 깊은 한숨 소리가 당연하지 싶습니다.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곳에 서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그 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듯이, 코로나19 바람은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에게도 예외 없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주님께서 비유로 들고 계신 농부는 한해 농사가 잘될 것을 기대하면서 씨를 뿌렸을 겁니다. 하지만 정성껏 뿌린 씨는 말라 죽고 타죽고 새가 쪼아먹어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없었습니다. 씨를 뿌린 농부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기대가 무너진 만큼 실망감을 느꼈을까요. 무엇보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 농부의 마음은 참 힘들었을 겁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코로나19로, 타들어 가는 농부의 마음처럼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생계가 막막합니다. 청년들의 취업률은 연일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월급생활자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함으로 직장을 다닙니다. 이미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상심과 어려움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자영업자들에게도 이 시간은 고되고 힘들기만 할 것입니다.

주님의 제자들 또한 늘 불안정한 생활의 연속인 현실을 살았습니다. 어디 한군데 정착해서 생활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숱한 밤을 들판에서 찬 이슬 맞아가며 잠을 청해야 하는 예측 불가의 삶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씨뿌리는 농부의 비유를 말씀하시던 날 저녁 무렵, 제자들의 질문에 주님은 친절하게 비유에 대한 설명을 해주십니다. 주님의 설명을 듣던 제자들은 고개를 끄덕였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을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주님의 말씀에서 제자들은 미래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용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힘이 났기 때문입니다. 희망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 지금은 내가 부모님께 아들 노릇도 제대로 못 하고 있고, 내 친구들은 정신병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따라다닌다고 비웃어 대지만 머잖아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얻게 될 거야. 그럼, 그럼.’

주님께선 제자들에게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에 대한 소망을 심어주신 것처럼, 오늘날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우리의 마음에도 희망을 심고 계십니다. 본문은 코로나19를 힘겹게 살아가는 여러분의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소망으로 다가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처음 코로나19가 터졌을 때는 여기저기서 ‘힘내세요’ ‘힘냅시다’라는 말이 위로가 됐습니다. 그러나 1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이 말이 오히려 짜증으로 다가온다고 합니다. 그만큼 지쳤다는 방증이겠지요. 끝을 모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얼마나 더 힘을 내야 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은 견뎌내는 것 자체가 곧 이기는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지금의 이 상황을 잘 견디셔서 여러분에게 꼭 맞아떨어지는 30배 60배 100의 결실을 얻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에 주신 소망을 기억하면서 힘든 시간을 잘 버텨냅시다. 지금은 주님을 바라보며 견디는 게 이기는 겁니다.

박종배 강릉 하늘뜻푸른교회 목사

◇박종배 목사는 강원도 강릉에 교회를 개척해 9년째 섬기고 있습니다. 직접 대리운전을 하면서 가나안 청년들과 함께 건강한 작은 교회를 일구어 가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넵, 고객님 대리운전 목사입니다’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