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췌장암 투병 끝에 7일 유명을 달리했다. 향년 50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유 전 감독은 이날 오후 7시쯤 서울 아산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빈소는 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 30호에 차려진다. 유 전 감독은 지난해까지 회복세를 보이며 감독직 복귀에 의욕을 나타냈으나 최근 암세포가 뇌로 전이되면서 급격히 병세가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감독의 투병 소식은 인천 감독에 재직 중이던 2019년 11월 세상에 알려졌다. 암세포 발견 당시 이미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그는 이후에도 인천 감독직을 수행하며 강등 위기에 처해있던 구단을 1부 K리그1에 잔류시킨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인천 구단은 유 전 감독을 명예감독으로 추대했다.
프로선수 시절 ‘유비’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유 전 감독은 K리그 울산 현대와 일본 J리그 요코하마 F. 마리노스, 가시와 레이솔에서 모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울산에서는 K리그 우승 2회를 이뤄냈고 공격수로 뛰면서 1998시즌 득점왕을 수상했다. 요코하마에서도 중심 전력으로 활약하며 J리그 우승 2회 등 업적을 이뤄냈다.
이 때문에 유 전 감독의 투병 소식은 당시 한국과 일본 축구계 모두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유 전 감독의 소식을 접한 인천 선수단과 코치진, 구단 관계자들이 리그 경기 중 눈물짓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요코하마 구단 팬들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경기에서 그를 응원하는 걸개를 걸기도 했다.
유 전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로서도 수차례 감동을 안겼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전에서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낸 동점골은 팬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4년 뒤 한일월드컵에서도 대회 내내 주전으로 뛰며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첫 경기인 폴란드전에서는 통렬한 중거리슛으로 팀의 두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유 전 감독은 지도자 생활에 본격 들어서기 전 TV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현재 대형 유망주로 성장한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강인을 가르쳤다. 이후 춘천기계공고 축구부의 초대 감독을 역임했고 대전 시티즌(현 대전 하나시티즌)과 전남 드래곤즈, 인천 구단에서 차례로 지휘봉을 잡았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구단 직원들과 선수단도 기사로 소식을 접한 상태”라면서 “적절한 예우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맹 관계자는 “진행 중인 프로축구 경기에서 유 전 감독을 기리는 등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연맹은 2017년 조진호 전 부산 아이파크 감독 작고 당시 리그 경기에서 묵념 의식을 진행한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스리랑카전에서 유 전 감독을 기릴 전망이다. 협회 관계자는 “추모 의식을 준비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검은 리본을 착용하는 등 고인을 기리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