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7일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 중 다수는 본인 지역구 개발사업이라는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토지를 매입하거나 대규모 개발계획이 발표되기 전 의원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등 국회의원이란 신분을 적극 활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긴 사례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 계획을 입수해 부동산 매입에 나선 것과 판박이였다.
친족 간 특이거래가 있거나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매도자가 채권자가 돼 과도한 근저당권을 설정한 부동산 명의신탁, 거주지와 거리가 먼 무연고 농지를 취득했으나 법상 요건인 영농 흔적이 없는 농지법 위반 등이 주요 의혹으로 꼽혔다.
민주당 의원과 그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등 총 816명의 과거 7년간 부동산 거래 내역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권익위는 특히 3기 신도시 및 인접지역의 토지 거래를 우선적으로 조사했고, 실제 이 지역에서 2건의 투기 의혹이 포착됐다.
권익위는 기존에 언론 보도로 의혹이 제기된 사안과 공직자 투기 신고로 접수된 사안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역 범위도 3기 신도시에 한정하지 않고 관련성이 있는 거래까지 최대한 범위를 넓혀 들여다봤다고 강조했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송부한 조사 결과에는 투기거래 의혹이 명백한 것뿐 아니라 사실 확인이 필요한 수준의 사안도 담겼다.
그럼에도 권익위 조사는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권익위 관계자는 “직접 조사권이 없어 금융거래내역이 일부 제출되지 않았고, (미제출에 대해) 소명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의원은 부모님이 너무 연로하거나 멀리 계신다는 이유로 금융거래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권익위 발표에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대선을 불과 9개월 앞둔 시점에 ‘LH 사태’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당내에서는 출당 등을 공언한 상황에서 10명이 넘는 국회의원 및 가족에 대한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자발적으로 전수조사를 의뢰했던 것이 제 발등을 찍는 악수가 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12명이라는 숫자도 부담스럽지만,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이 제기된 사람이 3명이라는 점이 더 큰 악재”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후속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송영길 대표는 부동산 투기 연루 의원 전원을 출당시키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권익위로부터 조사 결과를 전달받았지만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LH 사태 이후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의원들에게 시선이 더 쏠리는 형국이다. 그간 본인 또는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민주당 의원은 김경만 김주영 김한정 서영석 양이원영 양향자 윤재갑 이규민 임종성 의원 등 9명이다. 이중 김한정 양이원영 양향자 의원은 경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안병길 국민의힘 대변인은 “두 달이 넘는 기간 전수조사를 해놓고,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을 받는 의원이 누구인지조차 국민께 밝히지 않은 것은 또 다른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선 박재현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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