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이 나쁘지 않은 尹, 실익 없는 劉, 껄끄러운 安

입력 2021-06-08 00:02

‘이준석 돌풍’의 위력이 커지면서 야권 잠룡들의 손익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야권의 큰집인 국민의힘 당대표의 향배는 야권 대권 주자들에게도 중요 변수다. ‘이준석 당대표’가 탄생한다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나쁘지 않고, 유승민 전 의원은 실익이 없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껄끄러울 것으로 관측된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7일 “윤 전 총장은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있거나 누가 되면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지 않다”며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가 향후 정치적 행보의 판단 기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윤 전 총장 영입이 ‘뜨거운 감자’가 됐지만 윤 전 총장 측은 일각에서 제기된 국민의힘 입당 임박설에 일단 선을 긋고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당대표’가 윤 전 총장에게는 본선을 생각한다면 좋은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가 당선돼 국민의힘 쇄신 드라이브를 건다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을 행선지로 택할 명분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대선 본선에서도 젊은 이 후보가 윤 전 총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은 이 후보의 최근 언행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최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의원 접촉에 대해 “저희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타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 후보는 “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출발한다”고 했었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이 후보의 압박성 발언과 아전인수격 해석이 거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 후보가 윤 전 총장 처가 의혹에 “나중에 그 결과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발언에도 윤 전 총장 측은 불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와 가까운 유 전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계파 논란까지 겪은 만큼 ‘이준석 당대표’의 탄생에 따른 실익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대선 경선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에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다. 이 후보도 “제가 당대표가 되면 최대 피해자는 유승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안 대표는 표면적으로 ‘이준석 돌풍’이 가장 껄끄러운 상황이다. 안 대표는 이 후보와 과거 바른미래당 시절부터 악연을 이어왔다. 안 대표는 이날 “누가 (국민의힘) 대표가 되더라도 정권교체를 위한 합당의 진정성, 합리적인 원칙을 갖고 임한다면 합당은 순조롭게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원칙과 어긋날 경우 합당판이 깨질 수 있음을 이 후보에게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개시한 국민의힘 당원 선거인단 모바일투표의 첫날 투표율은 25.8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내에서는 ‘이준석 돌풍’에 힘입어 당원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