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은 ‘미완성본’이다. 핵심인 조직 개편은 추가적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미뤘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비대화된 LH 인력 20% 감축이다. 그러나 현 정부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 실현을 위해 수천명을 인위적으로 늘린 뒤 이제와서 조직 슬림화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이번 방안과 별개로 ‘LH 몸집 불리기’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정책 엇박자도 연출되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LH 전체 임직원 수는 1만명에 육박하는 9907명이다. 정부는 이날 LH 혁신을 위해 20% 정도인 2000명을 단계적으로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등을 통해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1단계로 올 하반기 중 1000명을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2급 이상 상위직 529명 가운데 20%를 감축하고, 기타 지원부서 인력 10%를 줄이는 등 총 226명을 구조조정키로 했다. 공공택지 입지조사와 그린리모델링 관련 업무는 국토교통부로 이관하는 등의 방식으로 700~800명을 줄이기로 했다.
1단계 인력 감축을 마친 뒤에는 지방도시공사 업무와 중복 우려가 있는 지방조직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1000명을 추가 감축키로 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LH 인력은 급증했다. 2016년 6637명이었던 인력은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8220명으로 1500명 이상이, 올초까지 3000명 이상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맞춰 2년 계약직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기존 정규직 인원수는 지난 정부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정부가 시키는 대로 정규직화 공약을 실천했다”면서 “정부하라는대로 했는데 이제와서는 조직이 비대해졌다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정책 차원에서 LH 인력을 대폭 늘려 놓고 여론에 밀려 뒤늦게 감축키로 한 것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임대사업자 매물을 사들이는 사업을 LH 공공임대주택 사업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일고 있다. 한 쪽에선 LH 몸집을 줄이자고 하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결과적으로 LH 몸집을 불리는 제안을 내놓은 형국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특별위원회는 주택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를 발표하면서 단기간 매도가 어려운 임대사업자 주택을 LH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의 시장 출회를 유도하려는데 지난해 임대차법 개정에 따라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의무기간이 끝난 임대사업자가 집을 내놔도 세입자가 계약 갱신 요구하면 팔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또 다시 LH에 기대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세종=이성규 이종선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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