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사고 5년간 1조 넘어… 수도권서 77% 발생

입력 2021-06-08 20:52

최근 들어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깡통주택’이 잇따르자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셋값이 크게 뛴 탓에 전세보증보험 가입도 어려워진 만큼 세입자 보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KB주택가격동향 월간 시계열 통계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까지 4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억8832만원(44.2%)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1%대로 올라선 뒤 11월(2.77%)까지 오름폭을 확대하다가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지난달 다시 오름폭이 커졌다(0.56%→0.72%). 오피스텔과 다세대·연립주택으로도 전셋값 상승이 번지고 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변제해주는 보증상품)에 가입하려면 수도권에서는 보증금 7억원 이하, 비수도권에서는 5억원 이하여야 하는데 전셋값이 높아지면서 이 조건을 초과하는 게 어렵지 않게 됐다.

계속된 전세난으로 전셋값이 오르면서 깡통주택이 많아진 것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깡통주택은 집주인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을 넘긴 주택을 말한다.

실제로 HUG로부터 보증보험 가입을 거절당한 사유를 보면 ‘보증한도 초과’가 39.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HUG에서 제출받은 보증보험 가입 거절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접수된 26만9380건의 신청 중 2935건이 거절됐다. 이 중 보증한도 초과로 거절된 경우는 1154건이다. 전세보증금이 보험 한도보다 많았거나 깡통주택이어서 보증보험 가입을 거절당한 게 다수였던 것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도 매년 증가했다. 2016년 27건에 그쳤던 보증금 반환 사고는 2017년 33건, 2018년 372건, 2019년 1630건, 2020년 2408건으로 증가폭을 키웠다. 이로 인한 사고금액만 5년간 1조915억원에 달했다. 특히 수도권에서만 4193건(76.9%)의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금액은 9144억원(83.8%)으로 집계됐다. 양 의원은 “연간 수천건의 전세 보증금 사고가 발생하므로 정부는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벌이고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