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김종인(사진)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평가가 온탕과 냉탕을 넘나들고 있다. 당초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야권 유력주자로 떠오른 윤 전 총장을 호평했지만 최근에는 “검사가 대통령 된 적이 없다” “관심 없다”며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프랑스 ‘마크롱 모델’에 따라 제3지대 세력화를 모색했던 김 전 위원장의 러브콜에 윤 전 총장이 화답하지 않자 실망감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걸으면서 김 전 위원장의 ‘킹메이커’ 역할을 할 공간이 축소됐다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김 전 위원장은 문재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던 윤 전 총장에게 “살면서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며 대권 도전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다 지난 3월 초 총장직을 사퇴하고 야권 유력주자로 떠오르자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호평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에는 본격적인 ‘밀당’이 시작됐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한번 만나보겠다. 대통령감이라고 판단되면 도와줄 것”이라며 거듭 손을 내밀었지만 윤 전 총장은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 때리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한 얘기를 더는 묻지 말라”며 불쾌감을 표시했고, 동시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대선주자로 높이 평가했다. ‘흙수저 스토리’가 있는 경제 전문가를 내세워 윤 전 총장을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이 문재인정부에 등 돌린 민심의 대변자로 윤 전 총장을 염두에 뒀다가 그의 ‘메시지 정치’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시간이 너무 많이 갔다”며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는 윤 전 총장에 대해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100% 확신이 없다”고 했고,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만나서는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며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서는 두 사람이 정권교체를 위해 의기투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야권 유력주자인 윤 전 총장과 4·7 재보선을 압승으로 이끈 김 전 위원장의 결합이 가장 매력적인 카드라는 설명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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