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40대 네이버 직원이 상사의 모욕과 업무상 과로에 지속적으로 시달렸다고 노동조합이 7일 밝혔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한성숙 대표는 계속되는 내부 문제 제기에도 묵인과 방조로 일관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네이버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야간·휴일 없는 과도한 업무량,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회사의 무책임한 방조 등을 꼽았다. 고인은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팀원들의 잇따른 퇴사와 직원 미충원으로 주말과 퇴근 후에도 업무를 해야 했다고 한다. 노조에 따르면 상사는 회의 중 고인에게 물건을 던지고 모멸감이 느껴지는 면박을 주거나 업무가 아닌 일을 시켰다. 노조 측은 “고인의 죽음은 회사가 지시하고 방조한 사고이며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카카오에서는 한 직원이 회사 평가 시스템에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는 일이 발생했다. 일부 직원에게 고급 호텔 숙박권을 지급하는 ‘고성과자 선별복지’ 추진과 동료 간 불신을 조장하는 인사평가제가 당시 도마에 올랐다. 국내 대표 IT 업체들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젊은 세대에게 꿈의 직장으로 꼽힌다. 높은 성장 가능성, 만족스러운 급여,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취업 준비생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에서 보듯 첨단 IT 기업으로서 덩치만 커졌지 기업문화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과 과로, 스트레스,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판교의 꺼지지 않는 등대’로 불리던 IT업계의 근무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네이버 등은 이번 일을 계기로 조직 문화를 바꾸는 데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전근대적인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고는 기업에 미래가 없다.
[사설] 네이버·카카오는 후진적 기업문화 개선해야
입력 2021-06-08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