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홍멍2’로 뭉쳐 美 제재 맞서야”… 업체들은 못마땅

입력 2021-06-08 04:02
화웨이는 지난 2일 홍멍2 운영체제를 공개했다. 홍멍2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여러 기기에 사용되는 범용 OS다. 화웨이 제공

화웨이가 자체 운영체제(OS) 홍멍2(하모니2)를 다른 중국 업체들도 사용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 맞서 중국 전체가 뭉쳐 생태계를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 공략 때문에 화웨이가 내민 손을 선뜻 잡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중국청년망은 중국 오픈소스 관련 기관인 ‘오픈아톰 파운데이션’이 “홍멍 OS는 산업정보기술부가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고 7일 보도했다. 앞서 일부 중국 언론들이 화웨이가 지난 2일 공개한 홍멍2를 국가에 헌납했다는 보도를 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그럼에도 홍멍2는 ‘사실상’ 중국 국가 차원에서 미국에 맞서는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는 홍멍2를 범용 OS로 타사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중국 가전 업체 메이디, 드론 업체 DJI, 스마트폰 제조사 메이주 등이 홍멍 생태계에 참여한다.

앞서 화웨이는 지난해 9월 홍멍의 코드를 오픈아톰 파운데이션에 기부했고, 지난 1일 이를 바탕으로 한 ‘오픈하모니’가 발표되기도 했다.

중국경제망은 “홍멍은 중국 정보 산업의 공동 재산”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홍멍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중국이 자체 OS 개발을 늦추면 구글이 화웨이에 기술 공급을 중단한 일이 다른 회사에도 벌어질 것”이라면서 “국내 기업간 경쟁이 중요해도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중국 첨단 산업을 억압하는 위협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홍멍2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기간 연결을 강조해 생태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타이젠 OS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했던 시도와 닮아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화웨이는 막대한 중국 내수 시장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국 내에서 지메일, 유튜브 등 구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안드로이드에서 홍멍으로 OS가 바뀌어도 사용자들이 체감하는 차이는 사실상 없다. 즉 중국 내수시장은 안드로이드 없이도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포, 비보, 샤오미 등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점에서 홍멍 참여에 미온적이다. 잘해야 ‘중국 내수용’에 그칠 홍멍을 1순위에 두고 스마트폰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는 “중국 밖에서는 구글 서비스가 온전히 작동되지 않는 홍멍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며 “각국 정부는 화웨이 기술을 쓰지 말라는 미국의 외교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